삼성 백인천감독 맹훈련으로 개혁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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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꽉꽉,꽥꽥.』 지금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은 군부대 유격장이나 오리농장으로 바뀌었다(?).
삼성의 새 사령탑을 맡은 백인천감독의 지휘아래 선수들이 오리걸음.토끼뜀.팔굽혀펴기 등으로 체력단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플로리다 교육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신인선수를 제외한 30여명의 선수들이 내년시즌에 대비해 지난 16일부터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감독님이 저렇게 잘 뛰시는데 우리가 어떻게 안뛸 수 있냐』며 오리걸음에 열중인 이만수를 비롯,올시즌까지 부상으로 제몫을못했던 김성래.이종두.유중일 등 고참선수들의 이마에 구슬땀이 샘물처럼 흐른다.
조금이라도 한눈을 판다든가 잔꾀를 부리면 『40번 오리,한바퀴 돌고 와』라고 외치는 백감독의 호령이 떨어지고 백넘버 40번의 이종두는 『꽥꽥』소리를 내며 3루베이스쪽을 한바퀴 돌아온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고된 체력단련에도 선수들의 얼굴엔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백감독의 훈련방식은 혹독한 스파르타식으로 소문나있다.
그러나 중간중간 우스갯소리로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때론 팀별 게임으로 훈련을 유도,선수들의 표정에선 지루한 감을 찾아볼 수가 없다.
오전10시부터 시작된 3시간의 훈련을 마친 신인왕 이동수는 『언제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고 했고,내년이면 불혹의 나이가 되는 이만수는 『녹초가 되도록 훈련을 해보긴 참으로 오랜만』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만수는 벌써부터 『내년엔 홈런 20개쯤 문제없다』며 때이른자신감을 보인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구단직원들의 표정도 흐뭇하다.
이달부터 팀 매니저가 된 이성근대리는 『감독님이 처음 오셨을때 선수들이 「이젠 죽었구나」하고 몹시 걱정한 게 사실』이라며『그러나 지금은 선수들이 한결같이 재미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취임식때 『지금 이 시간부터 모든 혼을 야구에 쏟아붓자』던백감독의 호소가 우리속에 갇혀있던 사자들의 야생본능을 서서히 일깨우고 있는 현장이다.삼성은 이같은 강훈속에 서서히 개혁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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