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 피는 마을-경기도 퇴촌면 팔당호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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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푸드득』이슬젖은 풀숲을 헤치는 발길에 까치 한무리가 급하게날아 올랐다.안개가 잠시 휘청거렸다.솜털을 포개놓은듯한 하얀 안개가 사방에 자욱하다.축축하게 온몸을 감싼다.물컹거리며 품에안길듯 자꾸 손짓한다.
중부고속도로 두번째 출구인 경안 인터체인지를 벗어나 308번지방도로를 타고 광주군 퇴촌면에 들어선 것이 오전7시쯤.퇴촌면사무소를 중심으로 좌우로 늘어선 오리.광동리.정지리 마을은 경안천이 흘러드는 팔당호 상류에 닿아있다.그래서 상습적인 안개 출몰지역이다.
아침이면 태양마저 하얗다.앞산 마루에 해가 얼굴을 내밀면 산등성이 안개는 빠르게 걷힌다.집들이 하나 둘 제모습을 갖춰가고마을을 가로지르는 길가의 전신주가 희미하게 드러나 보인다.물안개가 피어나는 호수의 정경이 마음에 스며드는 것 도 이때 쯤이다. 뭉실거리며 피어난 물안개는 산을 가리고 봉우리만 빼꼼하게내비친다.겹겹이 둘러선 산들이 실감나게 다른 빛깔이다.산봉우리바로 위에 걸쳐 있는 구름도 태양빛을 받아 반쯤 타들어가 있다.면사무소 앞에서 호수까지 난 농로를 따라 걸었다 .광동리 들이다.새떼들의 지저귐이 반갑다.안개가 비켜간 자리에는 누런 벼이삭들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퇴촌면은 인근의 천진암이나 양평으로 향하는 길목이다.그러나 아침 안개를 접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길을 일찍 나서면 중부고속도로 퇴계원 인터체인지에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다.점심을 주변에서 먹고 돌아오면 길이 밀리지 않는다.
강이나 호수위로 피어오르는 물(김)안개는 따뜻한 수온이 찬 기온과 만나 응결되는 현상이다.요즘같은 늦가을.초봄에 많이 일어난다.강 마을전체에 안개가 자욱 피어나는 것은 대개 지면 자체의 수증기가 만들어내는 복사안개와 물안개가 뒤섞 여 확산되기때문이다.
안개속을 걸으며 낯선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곳으로 양수리와 경기도 포천의 산정호수,양평.여주 일대의 남한강변,충북중원군살미면의 충주호 주변 등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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