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동양사상 녹여낸 한국 드라마 인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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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물직적 풍요가 인간의 평정심을 해치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논어’와 ‘장자’ 등 고전의 사상에서 삶의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가 필요하지요.”

중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위단(于丹·42·사진)은 자신의 인기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돈을 많이 벌어 많이 쓰는 데 목표를 두고 사는 바람에 잃어버린 내면의 행복감을 고전이 채워줄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그는 ‘고전의 전도사’로 통한다. 2006년 10월 국경절 황금연휴 때 중국 중앙방송(CCTV)의 학술강좌 프로그램 ‘백가강단’에서 논어 강연을 하면서 하루아침에 전국적인 스타가 됐다. ‘논어’의 주요 내용을 현대인의 일상생활과 접목시켜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그의 강연에 시청자들이 열광한 것이다.

강연 내용을 토대로 내놓은 책 『논어심득(論語心得)』은 출간 3개월 만에 250만 부가 넘게 팔리며 ‘위단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난해 3월 출간된 『장자심득(莊子心得)』은 초판을 아예 100만 부나 찍는 기록을 세웠다.

그의 책은 우리나라에도 『논어심득』(에버리치홀딩스), 『장자멘토링』(삼성출판사) 등으로 번역돼 나왔다. 14∼18일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차 방한한 그는 “한국의 독자들도 고전 읽기에 열심을 내줬으면 좋겠다”며 “고전이 자기 삶을 제대로 세우고 스스로 안정적인 생활방식을 찾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논어’는 인간관계를 규정하는 데, ‘장자’는 인격 수양과 마음의 평정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그는 『논어』에서 “훌륭한 리더는 먼저 다른 사람이 성공하도록 돕는다”“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지 마라” 등의 교훈을 뽑아냈다. 또 『장자』에서는 “한 사람의 진정한 역량은 재능이 아니라 온화한 응집력으로 나타난다” “직업과 생명은 우리 마음속에 꿈과 바람만 있다면 얼마든지 서로 통할 수 있다”는 내용을 교훈으로 꼽았다.

그는 고전을 학문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현실의 눈으로 고전을 재해석했다. 그는 “동방의 문화와 서양에서 번역돼 들어오는 문화가 결합됐을 때 대중의 지식체계가 완성된다”면서 “다원화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다 공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현직은 베이징사범대 영상미디어학과 교수다. CCTV ‘백가강단’에도 처음에는 기획고문으로 참여했다. 그가 『논어』강사로 인기를 끌자 학계에서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입담으로 혹세무민한다”는 비판도 일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는 “박사학위는 영상학으로 받았지만, 석사학위는 중국 고대문학으로 받았다”면서 “고전을 일반 국민에게 보급하기 위해서는 통속적이어야 하고 일상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이 ‘영상미디어’인 만큼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에도 관심이 많다. 2005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찾기도 했다. 또 한국 드라마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대장금’은 중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드라마”라면서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인의 생활방식을 충분히 이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의 성공요인으로 “드라마 속에 동양적인 정서와 윤리·생활상을 녹여냈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그러고 보니 내 강의와 한국 드라마는 서로 닮았네요. 전통적인 요소를 현대화시켜 인기를 끌었다는 점에서요.”

그는 몹시 즐거워 하는 눈치였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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