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에 비발친 비자금 여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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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PC 통신이 노태우씨를 질타하는 「독설」로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하이텔 ID 950201은 「임자없는 비자금 해킹해 돈없어 수술 못하고 진학 못하는 사람을 도웁시다」라고 분노를 나타내고있다.「노씨에게 탈세.뇌물수수 등의 죄를 적용해 반드시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노씨를 대통령 명부에서 제명하 자」「김옥숙씨는 이혼을 요구해라」같은 항의와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하이텔.천리안.나우누리등 국내 통신망 자유 게시판에는 24일오후 현재 모두 200여건의 비자금 관련 글들이 올라와 이번 사건의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4,000억원이라는 엄청난 자금 규모에 대해서도 저마다의 잣대를 적용해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4,000억원으로 PC통신을 하면 116,612년을 계속 할 수 있다」(나우누리 snobol)는가 하면 「돈으로 목욕을 해도 남을 정 도로 많다」(천리안 GULF2),「300억원이면 티코 7,500대,쌀 25만가마를 살 수 있으며,평균적인 운전자가 28,767년동안 쓸 수 있는 무연휘발유 값」(하이텔 nuguzi)이라고 계산하기도 했다.
「그 돈이면 쓰러져가는 중소기업 수백개를 살릴 수 있고,결식아동들에게 따뜻한 점심을 줄 수 있다」(천리안 SPEEDBOY)며 분노하기도 했고,「2002년 월드컵 유치에 드는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물태우 돈을 몽땅 빼내야 한 다」(하이텔Labrador)고도 했다.
경기도 여주의 영세유통업자라고 밝힌 천리안ID A7572는 비자금 뉴스를 접하면서 일할 의욕을 잃는다고 했고,LHK413은 콩나물 500원어치 깎으려고 애쓰고 버스표1장 아끼려고 걸어다니는 심정이 초라하다고 허탈감을 드러내기도 했 다.
또한 「반도체1위,자동차 생산 6위등의 자부심이 이번 비자금사태로 인해 무너졌다」고 실토한 사용자도 있었다.
노씨의 어투를 빌려 「나 이 사람 보통 사기꾼은 잔돈은 안 먹어요.믿어 주세요」(하이텔 junrado)라고 비아냥거리는가하면,「머리깎고 산으로 가라」(하이텔 scdcom)고 노씨를 몰아세우고,또한 「몰랐다고 발뺌하는 것은 거짓」 (하이텔 MORA1)이라고 현 정권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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