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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할머니 폭행 가로정비남' 제2의 개똥녀로 비화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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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용역 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길거리에서 김밥을 파는 행상 할머니를 폭행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동영상은 17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 참가자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며 포털사이트 등의 게시판에 ‘김밥 할머니 폭행’ 등의 이름으로 유포되고 있다. 이 남성은 김밥을 팔고 있는 할머니와 말다툼을 벌이다 김밥이 담긴 대야를 발로 찼다. 또 할머니 멱살을 잡으며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렸다.

오디오 부분이 제대로 들리지 않아 녹화돼 정확히 어떤 말다툼과 폭언이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동영상 속 남성이 ‘가로 정비’라고 쓰인 조끼를 착용한 점으로 미뤄 19일 서울 종로경찰서와 서울시는 이 남성이 청계천 일대에서 노점상을 단속하는 용역 직원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나섰다. 동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폭행은 물론 상해 혐의까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네티즌도 이 남성의 신원을 찾아 나섰다. 네티즌 일부는 서울시 홈페이지와 포털 카페, 블로그 등에 “네티즌 수사대를 출동시켜 가로정비남을 잡아 응징하자” “서울시 가로정비 입찰 공고를 보면 어느 업체인지 알 수 있다”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가로정비남은 OO업체 직원이다”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제2의 ‘개똥녀’ ‘자살녀애인남’ 사건으로 비화되는 조짐이다.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대변을 치우지 않은 A씨는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다. 네티즌은 A씨의 이름과 직업 등을 인터넷에 공개했고 A씨는 사이버 테러를 당했었다. 자살한 한 여성의 어머니가 딸의 미니홈피에 자살의 한 원인으로 헤어진 남자친구 B씨를 지목했고 네티즌은 이틀 만에 B씨의 실명과 주소, 회사 등의 정보를 찾아 인터넷에 유포했다. 네티즌은 B씨가 다니는 회사 제품을 불매운동하겠다고 선언했고 결국 B씨는 사표를 냈다.

이 사건에 대해 일부 네티즌은 “마녀사냥식의 사이버 폭력을 저지르는 것은 가로정비남과 다를 바 없다”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었는지 경찰 조사 결과를 본 뒤 가로정비남을 찾아도 늦지 않다” 등의 글을 올리며 ‘마녀사냥’식의 사이버 공격을 자제하도록 주문하기도 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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