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파문-검찰 수사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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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공때 청와대경호실장을 지낸 이현우(李賢雨)씨가 검찰에서 300억원을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이 직접 건내줘 계좌를 개설하고 입금시켰다고 진술함에 따라 노전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져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따라 검찰은 노씨의 자금조성 경위및 또 다른 잔여자금 유무등에 대해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은 우선 300억원의 조성경위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조성경위에 따라선 바로 범죄와 직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돈은 기업체등으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이거나 율곡사업.원전건설등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얻게된 리베이트일 수 있으며 이권을둘러싼 뇌물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만일 뇌물수수 사실이 드러난다면 아직 공소시효(7년)를 넘기지 않은 상태여서 받은 사람은 물론 준 사람도 처벌이 가능하다.따라서 검찰이 조성경위등을 규명할 경우 파장이 정치권은 물론재계에까지 일파만파로 확산될 수 있다.
신한은행에 대한 계좌추적에서 일부 자금이 세탁도 되지 않은채입금돼 있는 것으로 수사결과 확인돼 이 부분은 기계적인 작업을통해 일단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와함께 잔여 「통치자금」의 규모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민주당 박계동(朴啓東)의원과 서석재(徐錫宰)전총무처장관에 의해 4,000억원설이 제기됐고,함승희(咸承熙)변호사.김원길(金元吉)의원등이 수백억원설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검찰 주변에선 이씨가 출두하기 전부터 검찰이 돈의 실체를 상당한 정도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말이 설득력있게 나돈 것 또한사실이다.
이씨의 출두는 검찰수사의 마무리라기보다는 시작으로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연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통치자금을 포함한 정치자금에 대한조성경위와 규모를 얼마만큼 밝혀내고 몇명이나 사법처리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5.18불기소 처분으로 곤혹스러워진 검찰로서는 명예회복의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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