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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테마열차 대박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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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시인 이근배씨가 17일 처음 운행된 지용제 문학열차에서 시를 낭송하고 있다.

시인 정지용(1902∼50)의 시 세계를 기리는 ‘지용제’가 16∼18일 충북 옥천 일대에서 열렸다. 옥천은 시인의 고향으로, 지용제는 올해로 21번째 열렸다. 지용제는 옥천군·옥천문화원이 주최하고, 중앙일보·한국관광공사 등이 후원한다.

무엇보다 올해 처음 운행된 문학테마열차가 큰 호응을 얻었다. 문학열차는 서울역에서 17일 오전 8시 출발해 한나절 지용제에 참가한 뒤 당일 저녁에 상경한 특별열차다. 인터파크 도서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신청을 한 참가자는 모두 450여 명. 각자 4만원씩 참가비를 내야 했지만 열차엔 빈 좌석이 없었다.

가족단위 참가자가 특히 많았다. 열차 안에선 성찬경·박희진·이근배·이가림·정호승 시인 등이 시 낭송회를 열었고, 오양호 인천대 교수가 정지용의 삶을 소개했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특별열차 9량이 만석으로 운행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차체의 열성도 돋보였다. 열차가 옥천역에 도착한 17일 오전 10시쯤. 노래 ‘향수’가 연주되는 가운데 한용택 옥천군수를 비롯한 군 관계자 10여 명이 꽃을 걸어주며 손님을 맞이했다. 참가자들은 미리 준비된 전세버스 10대에 나눠 탔고, 버스는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옥천 곳곳을 돌아다녔다.

행사장마다 노란 옷을 자원봉사자들이 손님을 안내했다. 옥천군청 문화유적동호회 소속 44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다. 지용회장을 맡고 있는 이근배 시인은 “전국에서 열리는 문학축제를 거의 다녀봤지만 이런 환대는 처음 받았다”며 “지자체가 주최하는 문학제의 모범을 지용제가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지용 생가 앞에선 지역주민이 마련한 점심 식사가 마련됐다. 천막 아래에 서서 떡과 파전, 동동주 등을 먹는 간이식사였지만 1000명 분 음식이 금세 동이 났다. 시인의 모교인 죽향초등학교는 유난히 인기가 좋았다. 일제 때 모습 그대로 복원한 옛 교실 안에서 참가자들은 풍금을 연주하고, 난로 위 층층이 쌓인 도시락을 추억했다.

지난 주말 한 명의 시인으로 인하여, 지방의 한 도시는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박덕규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해외 유명 문학제 부럽지 않은 열기와 흥을 느꼈다”고 말했다. 

글·사진=(옥천)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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