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북페어 位相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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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세계 최대의 책잔치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도서전)의 위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지난 16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올해 47회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은 무엇보다 CD롬 타이틀의 만개,온라인 도서의 약진등 출판계에 대변혁이 다가오고 있음을 확연하게 예고했다(본지 10월15일자 13면 참조).
인류 문화창조의 밑거름 역할을 해온「종이책」의 몰락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어도 전자서적이 미래 출판시장의 주도권을 잡게될 것임을 보여주었다.
반면 올해에는 도서전의 매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도서전이 출판인들의 사교장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의문의 목소리가 줄을 이은 것이다.
알다시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출판사사장.중개업자(에이전시)등 세계의 출판관계자들이 총출동하는 자리.정확한 통계는 없지만한햇동안 전세계에서 이뤄지는 출판계약의 절반 이상이 성사되는 자리다. 따라서 서류로만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대면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올해에는 이같은 사교장의 기능이 더욱 강화된 인상을 주었다.80년대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팩스나 전자우편(E-Mail)등으로 언제 어디서든원하는 책의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데 일부 러 비싼 돈을들여가며 프랑크푸르트로 날아갈 까닭이 없다는 생각들이다.
더욱이 올해는 이런 목소리가 더욱 높아진 분위기였다.세계 97개국 8,889개 출판사가 참여,지난해보다 덩치는 다소 커졌지만 출판사들의 실속은 예전같지 않았던 까닭이다.
관람객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기에도 힘들었던 통로도 과거보다는한산한 느낌이었다.
전시장 부스에 모인 사람들도 거래보다는 얼굴 알리기에 바쁜 모습이었으며 일부 사람들은 시내를 관통하는 마인강변에서 열리는선상(船上)파티에 더 신경을 쓰기도 했다.
미국 대형출판사 사이먼&슈스터의 학술담당 매니저인 아즈미 투베는『팩스.전자우편으로 많은 계약이 성사되기 때문에 도서전은 이름만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는 칵테일파티 비슷하게 변질됐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현지 준비위원회측은 도서전의 서적거래의 중심지라는 명성을 잇기위한 묘수찾기에 고민이다.자칫하면 도서전이 앞으로도계속 사교장으로 존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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