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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표 꿈꾸는 男과女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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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순둥이 당선자들 마음에 野性 심을 것”

정세균 의원과의 인터뷰는 15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그이지만 이날 모습은 많이 달랐다. “현 정부의 실용은 사이비 실용”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그에게서 야당의 투쟁 전사들을 이끌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왜 본인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아직 우리 당에 통합 후유증이 남아 있어요. 화학적 결합을 해서 완벽한 민주당이 돼야 하는데 당 하부구조가 아직 튼튼하지 못해요. 국민과 소통하고 핵심 지지층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는 당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점인데 제가 제일 잘할 것 같아요(웃음).”

-당 대표가 되면 어떻게 당을 끌고 나갈 계획이신가요.
“이번에 당선된 면면을 보면서 과거 열린우리당의 단점이 너무 완벽하게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요. 당이 좀 다양하고 자유분방해야 생명력도 있는데 (당선자들이) 너무 순둥이들이에요. 중도 개혁주의자만 있어 야성(野性)이 부족하다는 염려죠. 이런 상황에서 50년 정통 민주정당이라는 정체성이 소수의 당선자에게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선자들이 이 큰 흐름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차기 당 지도자의 몫이 될 것입니다.”

-81석 가지고 과반인 여당을 견제하려면 실력 저지 같은 물리력도 동원하는 건가요.
“그건 최후의 방법이지요. 시대가 바뀌었는데 투쟁의 양상도 바뀌어야 하지 않겠어요. MB(이명박 대통령)한테 과거로 돌아간다고 비난하면서 우리가 그렇게 할 수는 없어요. 물론 다른 야당과도 힘을 합치겠지만 숫자적으로는 어렵게 돼 있는 건 사실이에요. 국민과 소통하면서 지지와 동의를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지난 총선을 어떻게 평가하세요.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어떻게 인물을 자를지만 고민했지 더 좋은 인재를 찾는 일은 등한시했다는 것입니다. 비례대표도 절차나 인물 선정에서 옳지 않았어요. 아쉬움이 많습니다. 정당의 기본 역량은 인재에서 나옵니다. 2012년 대선을 위해 우리 당은 최소 5∼7명의 대통령 후보군 양성을 시작해야 합니다.”

-MB 정부가 초반부터 흔들리는 이유를 지적한다면.
“시스템의 문제라고 봅니다. 국회나 청와대·총리실, 각 부가 그냥 있는 게 아니에요. 다 역할과 필요성이 있어요. 예를 들어 총리실의 국무조정실장 자리는 온갖 부처 간 갈등을 조정하다 보면 과로가 겹쳐 원래 1년을 못 하는 자리예요. 그런데 지금 어떻습니까. 총리는 보이지 않아요. 총리한테는 자원외교나 하라고 하고 청와대가 그 기능을 쏙 뽑아갔습니다. 국가 경영은 회사처럼 단순하지 않아요. 청와대 수석이 밖에 나가 ‘좋은 것은 대통령이 다하고 우리는 욕만 먹느냐’는 얘기를 했다니 참 걱정스럽습니다.”

-쇠고기 논란도 시스템의 문제였나요.
“그렇죠. 그 정도 사안은 과거 같으면 경제정책조정회의를 거쳐 부총리 정도가 나와 발표했을 것입니다. 토론 과정에서 농림부는 ‘농민 때문에 안 된다’고 주장하고, 외교부는 ‘미국과 타협하기 위해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격론을 벌이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다 생략됐어요.”

-그러면 쇠고기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정부가 힘들더라도 미국과 다시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국민 정서상 그냥 넘어가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말씀을 들으니 18대 국회에서는 여야 격돌이 심할 거 같네요.
“MB 정부의 실용은 사이비 실용입니다. 고환율 정책만 봐도 그렇습니다. 제가 원래 무역하던 수출 전사 출신(쌍용그룹 상무)인데 환율 효과는 아주 일시적이에요.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금방 외국 바이어들이 물건 값 깎자고 압력을 넣죠. 공기업 민영화도 그렇습니다. 신문에 보니 가스공사·지역난방공사 등을 민영화한다던데 첫 리스트는 틀렸다고 봐요. 공공에 맡겨야 하는 서비스를 민영화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해야 합니다.”

-개헌이나 FTA 비준 동의에 대해선 어떤 입장이세요.
“개헌은 18대 초기에 이뤄져야 합니다. 대통령도 약속했잖아요. 정치인들도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근본적으로 못하게 할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에요. 우리당 사람들도 조건부 찬성이 더 많아요. 하지만 FTA는 상대가 있는 것 아닙니까. 미국 의회는 전혀 검토도 안 하고 있는데 우리 국회만 덜컥 동의해 놓고 미국의 처분만 기다리면 웃음거리 됩니다. 대운하·금산분리 완화는 안 되는 것입니다.”

-총선 과정에서 탈당한 인사들의 복당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우리 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개별 심사해 처리하면 될 것입니다. 한나라당의 친박 복당 문제는 우리와 직접 관계없는 문제지만 참 원칙 없는 사람들이에요. 박근혜 전 대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간 경위를 보면 일괄 복당이라는 게 과연 옳은 일입니까. 그걸 주장하고 있는 박 전 대표가 그동안 얘기한 원칙에 부합하나요. 공천한 사람이 낙선했다고 반드시 잘못된 공천이냐. 전 그렇게 보지 않아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추미애 당선인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왔는데요.
“인지도 차이일 거에요. 제가 당내 경선에 나온 것이 처음이니까요. 관리형 이미지라는 말들을 자꾸 하는데 그동안 여당을 해왔으니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는 게 중요했죠. 하지만 야당이 됐으니 새로운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추미애 “공격적이되 후방도 살피는 리더십 펼 것”

전국 민심 투어를 하다 잠시 서울로 올라온 추미애 당선인을 14일 자양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고의 세월을 보낸 탓일까. 부러질 것처럼 꼿꼿했던 그의 모습은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민심 투어는 당 대표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인가요.
“아직 (당 대표에) 나간다 안 나간다 말은 안 하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상황이 많이 어려워요. 의석 수 81석은 너무 적습니다. 제가 초선일 때도(1996년 국민회의) 의석 비율로는 지금보다 많았죠. 그때는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열기가 당내에 충만했어요. 다들 심장이 뜨겁고 패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안보여요. 워낙 이합집산을 하다 보니 정당의 정책이 뭔지, 인물은 누가 있는지 혼란스러워요. 저라도 먼저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분명 야당에 대한 기대감이 국민에게 있어요. 그 마음에 노크를 하고, 심장에 불을 질러야 되는 거죠. 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게 급선무라고 봐요. 우리가 쳐다보는 객석이 열기가 충만해야지 객석이 텅 비어 있으면 제대로 된 공연이 되겠어요. 대중성과 상징성을 갖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4년 만에 여의도에 복귀하는 느낌이 어떠세요.
“처음 2년간은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연수를 했어요. 애 셋을 데리고 유학생활을 한 셈이죠. 중학교 입학하는 막내 아들은 1년 있다 먼저 보내고 딸 둘은 데리고 있었어요. 돌아와서 2년은 한양대 초빙교수로 있었어요. 이른바 내공을 키울 수 있었던 시기였어요.”

-추미애 하면 삼보일보가 생각난다는 사람이 많아요.
“(웃음) 이번 총선 때도 ‘무릎 다 나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더군요. 너무 고통스러워 가급적 그때 기억을 안 하려고 해요. 미국에서 직장 생활하는 남동생까지 그때 매형(정읍에서 개업 중인 서성환 변호사)에게 전화해 ‘하지 말라’고 말리고…참 인간적으로 힘들었죠. 남편은 애들에게 삼보일배 장면을 보지 못하게 하려고 아예 TV를 못 켜게 했어요.”

-노무현 정부 시절에 장관직 제의도 있었다던데요.
“맞아요. 뉴욕으로 대통령의 말씀이라며 한 분이 찾아와 장관직을 제의했어요. 장관직이 국정 경험 측면에서는 좋은 기회가 되겠죠. 만일 다른 사람이 그런 제안을 받았다면 저는 흔쾌히 맡으라고 권했을 거예요. 하지만 추미애 하면 상징하는 게 있는데 아무런 해명 없이 그렇게 덜컥 장관직을 받을 수는 없었어요.”

-‘야당다운 야당’을 강조하시는데 자칫 국정 발목 잡기가 되지 않을까요.
“반대만 능사로 하는 야당을 말하는 건 분명 아니에요. 미국의 공화당·민주당처럼 정책으로 대결하는 정당정치의 복원에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4년 전에는 분명히 한나라당과 우리당에 각이 있었어요. 색깔의 차이가 있었고 인물이나 리더십에서 뚜렷한 차별성이 있었죠. 그런데 지난 4년간 계속 지지세력을 나누고 쪼개고 갈등하고 분화하면서 그런 정당정치의 모습이 없어졌죠. 정당이 어떤 정책을 생산해내고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은 사라지고 개인기와 겉멋에 의존하는 정치가 됐어요. 빨리 야당을 구출해야죠.”

-현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전략도 비전도 없다는 거예요. 원유값 급등과 자원난은 이미 외부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외부 여건만 좋았다면 7%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변명하고 있습니다.”

-왜 본인이 야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정통 야당인 민주당이 서울 48개 선거구 중 고작 7개밖에 얻지 못했다는 것은 참패라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돼요. 전국 정당화를 만들 수 있는 인물, 지지세력의 심장에 불을 댕길 수 있는 그런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거죠. 추진력 있고 공격적이되 후방도 살피는 전방위적이라고 할까요. 영어로 하면 올 디렉션이라고 하나, 그런 리더십으로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지난해 대선 경선 때 컷오프(예비경선)에서 떨어질 정도로 세가 약하지 않나요.
“김대중 전 대통령도 (경선 탈락에 대해) 애석해하는 국민이 많다고 말씀해 주셨죠. 저는 계파정치를 해본 적도 없고요. 지금이야말로 탈계파, 탈계보를 통해 민심을 수용할 수 있는 당이 돼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차기 국회 때 개헌 문제가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금 헌법은 1987년에 만든 것인데 직선제 개헌이라는 통치 구조만 건드린 헌법이에요. 이후에 국민의 기본권 개념이랄까 생태환경·건강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많이 나오고 있죠. 민주화를 거치면서 공유돼온 시대 상황과 국민의 요구를 담아 헌법의 기본권 부분을 손질할 때가 됐다고 봐요. 국제조약이 헌법의 틀을 흔들게 되는 상황도 다시 한번 점검해줘야 합니다. 대통령 단임제 같은 통치구조가 아니라도 지금 헌법은 손볼 부분이 많아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는 내용과 과정을 제 눈으로 다 확인한 다음에 입장을 결정하려고 해요.”

-당 지지율을 끌어올릴 복안이 있나요.
“국민들이 보수화됐다고 자꾸들 그러는데 그건 아니라고 봐요. 쇠고기 파동에서 보듯 국민은 피부에 와 닿는 어떤 문제가 자신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이뤄진다고 생각할 때 의사 표시를 하는 거죠. 국민은 정치권에 점점 더 구체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일자리 공약만 해도 헛공약이 아니라 구체적인 답을 국민은 기다리고 있어요. 그런 마음을 잘 다독이면 앞으로 야당으로서 한두 번 기회가 있지 않나 싶어요. 2년 뒤 지방선거, 4년 뒤 총선, 그 다음엔 대선이 오죠.”

윤창희 기자

▶ 당 내부는 정세균 일반인 지지도는 추미애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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