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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이되 후방도 살피는 리더십 펼 것”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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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 10면

전국 민심 투어를 하다 잠시 서울로 올라온 추미애 당선인을 14일 자양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고의 세월을 보낸 탓일까. 부러질 것처럼 꼿꼿했던 그의 모습은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민주당 대표 꿈꾸는 男과女 추미애 당선인

-민심 투어는 당 대표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인가요.
“아직 (당 대표에) 나간다 안 나간다 말은 안 하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상황이 많이 어려워요. 의석 수 81석은 너무 적습니다. 제가 초선일 때도(1996년 국민회의) 의석 비율로는 지금보다 많았죠. 그때는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열기가 당내에 충만했어요. 다들 심장이 뜨겁고 패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안보여요. 워낙 이합집산을 하다 보니 정당의 정책이 뭔지, 인물은 누가 있는지 혼란스러워요. 저라도 먼저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분명 야당에 대한 기대감이 국민에게 있어요. 그 마음에 노크를 하고, 심장에 불을 질러야 되는 거죠. 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게 급선무라고 봐요. 우리가 쳐다보는 객석이 열기가 충만해야지 객석이 텅 비어 있으면 제대로 된 공연이 되겠어요. 대중성과 상징성을 갖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4년 만에 여의도에 복귀하는 느낌이 어떠세요.
“처음 2년간은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연수를 했어요. 애 셋을 데리고 유학생활을 한 셈이죠. 중학교 입학하는 막내 아들은 1년 있다 먼저 보내고 딸 둘은 데리고 있었어요. 돌아와서 2년은 한양대 초빙교수로 있었어요. 이른바 내공을 키울 수 있었던 시기였어요.”

-추미애 하면 삼보일보가 생각난다는 사람이 많아요.
“(웃음) 이번 총선 때도 ‘무릎 다 나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더군요. 너무 고통스러워 가급적 그때 기억을 안 하려고 해요. 미국에서 직장 생활하는 남동생까지 그때 매형(정읍에서 개업 중인 서성환 변호사)에게 전화해 ‘하지 말라’고 말리고…참 인간적으로 힘들었죠. 남편은 애들에게 삼보일배 장면을 보지 못하게 하려고 아예 TV를 못 켜게 했어요.”

-노무현 정부 시절에 장관직 제의도 있었다던데요.
“맞아요. 뉴욕으로 대통령의 말씀이라며 한 분이 찾아와 장관직을 제의했어요. 장관직이 국정 경험 측면에서는 좋은 기회가 되겠죠. 만일 다른 사람이 그런 제안을 받았다면 저는 흔쾌히 맡으라고 권했을 거예요. 하지만 추미애 하면 상징하는 게 있는데 아무런 해명 없이 그렇게 덜컥 장관직을 받을 수는 없었어요.”

-‘야당다운 야당’을 강조하시는데 자칫 국정 발목 잡기가 되지 않을까요.
“반대만 능사로 하는 야당을 말하는 건 분명 아니에요. 미국의 공화당·민주당처럼 정책으로 대결하는 정당정치의 복원에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4년 전에는 분명히 한나라당과 우리당에 각이 있었어요. 색깔의 차이가 있었고 인물이나 리더십에서 뚜렷한 차별성이 있었죠. 그런데 지난 4년간 계속 지지세력을 나누고 쪼개고 갈등하고 분화하면서 그런 정당정치의 모습이 없어졌죠. 정당이 어떤 정책을 생산해내고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은 사라지고 개인기와 겉멋에 의존하는 정치가 됐어요. 빨리 야당을 구출해야죠.”

-현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전략도 비전도 없다는 거예요. 원유값 급등과 자원난은 이미 외부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외부 여건만 좋았다면 7%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변명하고 있습니다.”

-왜 본인이 야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정통 야당인 민주당이 서울 48개 선거구 중 고작 7개밖에 얻지 못했다는 것은 참패라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돼요. 전국 정당화를 만들 수 있는 인물, 지지세력의 심장에 불을 댕길 수 있는 그런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거죠. 추진력 있고 공격적이되 후방도 살피는 전방위적이라고 할까요. 영어로 하면 올 디렉션이라고 하나, 그런 리더십으로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지난해 대선 경선 때 컷오프(예비경선)에서 떨어질 정도로 세가 약하지 않나요.
“김대중 전 대통령도 (경선 탈락에 대해) 애석해하는 국민이 많다고 말씀해 주셨죠. 저는 계파정치를 해본 적도 없고요. 지금이야말로 탈계파, 탈계보를 통해 민심을 수용할 수 있는 당이 돼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차기 국회 때 개헌 문제가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금 헌법은 1987년에 만든 것인데 직선제 개헌이라는 통치 구조만 건드린 헌법이에요. 이후에 국민의 기본권 개념이랄까 생태환경·건강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많이 나오고 있죠. 민주화를 거치면서 공유돼온 시대 상황과 국민의 요구를 담아 헌법의 기본권 부분을 손질할 때가 됐다고 봐요. 국제조약이 헌법의 틀을 흔들게 되는 상황도 다시 한번 점검해줘야 합니다. 대통령 단임제 같은 통치구조가 아니라도 지금 헌법은 손볼 부분이 많아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는 내용과 과정을 제 눈으로 다 확인한 다음에 입장을 결정하려고 해요.”

-당 지지율을 끌어올릴 복안이 있나요.
“국민들이 보수화됐다고 자꾸들 그러는데 그건 아니라고 봐요. 쇠고기 파동에서 보듯 국민은 피부에 와 닿는 어떤 문제가 자신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이뤄진다고 생각할 때 의사 표시를 하는 거죠. 국민은 정치권에 점점 더 구체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일자리 공약만 해도 헛공약이 아니라 구체적인 답을 국민은 기다리고 있어요. 그런 마음을 잘 다독이면 앞으로 야당으로서 한두 번 기회가 있지 않나 싶어요. 2년 뒤 지방선거, 4년 뒤 총선, 그 다음엔 대선이 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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