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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여행>水落石出-흑막이 걷히고 진상이 드러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북송(北宋)의 신종(神宗)은 허약해진 국가를 바로 잡을 생각으로 왕안석(王安石)을 등용해 과감한 개혁정책을 폈다.유명한 「왕안석의 변법(變法)」이다.
이때 구양수(歐陽修)와 함께 개혁에 반기를 든 사람이 소동파(蘇東坡.본명 軾)였다.그는 왕안석과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하지만 신종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었던 왕안석에게 대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결국 그는 귀양을 가고 만다.
그가 좌천돼 간 곳은 호북성(湖北省)황주(黃州)의 동파(東坡)라는 곳이었다.이 때문에 후세 사람들은 그를 소동파로 부르게됐다.그는 그곳에서 틈만 나면 주위의 명승을 찾아 유람했다.
한번은 적벽(赤壁)을 찾았다.유명한 적벽부(赤壁賦)는 여기서나왔다.본디 적벽이라면 삼국시대 손권(孫權)의 오(吳)와 유비(劉備)의 촉(蜀)이 연합해 조조(曹操)의 백만대군을 격파했던곳이 아닌가.그러나 그가 찾은 적벽은 격전지로 서의 적벽(嘉魚縣 소재)이 아니라 황주의 적벽이었다.물론 그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어쨌든 그가 쓴 적벽부는 전후(前後)두 편이 있는데후적벽부(後赤壁賦)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산은 높고 달은 기울었으며,물이 빠지니 돌이 드러나는구나.」(山高月小,水落石出)그렇다.호수나 강의 물이 빠지고 나면 그 속에 있던 돌은적나라(赤裸裸)하게 드러나고 만다.마치 안개가 걷히고 나면 우뚝 솟은 산이 웅자(雄姿)를 드러내는 것 처럼.
곧 수락석출(水落石出)은 흑막에 가려져 있던 진상이 훤히 드러나는 것을 뜻한다.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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