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현안별 정당 성향은 한나라·민주당·선진당 “종부세 개선” 공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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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당선인들의 정책 이념을 보면 18대 국회의 항로(航路)가 보인다?’

그럴 수 있다. 17대 국회에서의 경험이 그랬다. 2004년 조사 당시 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의 전신)에선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40%). 10명 중 7명(73%)은 “대미 일변도의 외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여겼다. 보안법 폐지와 외교 다변화는 과반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실제 시도했던 일들이다. 한나라당이 “보안법을 개정하더라도 신중해야 한다” “전통적 한·미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맞서 17대 국회 내내 시끄러웠다.

이번 국회에서도 여야 입장 차이가 큰 이슈는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 차이가 작다면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16개 정책 현안별 당선인들의 입장은 이렇다.

◇“종합부동산세법 개정 불가피”=종부세의 경우 18대 국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노동당만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일 뿐 나머지 정당 소속 당선인들은 “개선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보유세는 유지하되 거래세는 완화해야 한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낮춰야 한다”는 항목의 중간쯤 위치했다(7.5).

한나라당(8.2)·자유선진당(9.1)·친박연대(7.8) 등 보수 3당이 민주당(5.8)에 비해 적극적이었다. 한나라당의 경우 설문 응답자 140명 가운데 단 3명(박종희·조진래·이애주)만 강화 또는 현행 유지 입장을 보였다. 반면 민주당은 “보유세는 유지하되 거래세는 완화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절반 이상(59%)이었다. 여야가 종부세 개정엔 공감하더라도 보유세 완화 여부를 두고 갈등할 소지는 있는 셈이다.

출자총액제를 두곤 한나라당 당선인들은 “대상과 방식을 크게 완화해야 한다”(6.6)는 답변을 했다. 민주당은 “현행 틀은 유지하되 일부 보완하자”는 입장에 가깝다(3.9). 양쪽 다 “출총제를 폐지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북한 인권은 거론하고, 개성공단은 늘리고”=대북 지원 현안에서 국민은 상대적으로 정치권보다 보수적이었다. 올 조사에서도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 외에 다른 지원은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6.1).

한나라당만 유일하게 국민의 오른편에 있다(6.2). 같은 현안에 대한 2004년 조사 당시 한나라당의 정책 이념 수치는 4.7점이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시절과 비슷한 3점대였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선 평균적으로 “유엔 및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적절한 수준에서 거론해야 한다”(6.8)는 보수적 시각을 보였다. 반면 개성공단을 두곤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진보적 입장이 평균이었다(3.0). 한나라당(3.8)·자유선진당(4.4)·친박연대(3.5)도 다를 바 없다. 민주당의 정책 이념은 1.4점으로 “다른 지역까지 확대하는 등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입장에 가까웠다.

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두곤 한나라당 당선인들은 “한·미 동맹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쪽(6.1)에, 민주당은 “외교노선을 다원화해야 한다”는 쪽(4.1)에 가까웠다.

◇고교 평준화는 여전히 시각차=여야 당선인들은 “정부의 가격 관리에 대해 제한된 범위로 또는 일시적으로 해야 한다”(5.5)의 입장을 취했다. 한나라당(5.8)과 민주당(5) 간 큰 차이는 없었다. 양당의 정책 이념 차이가 1점 미만인 현안은 성범죄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우는 문제와 CCTV를 확대할지 여부다. “상습적이고 악질적인 성범죄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착용시켜야 한다”거나 “CCTV 설치를 제한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쪽 의견이 많았다.

반면 ▶고교 평준화 ▶양심적 병역 거부 ▶사형제 ▶집회와 시위에선 이념 색채의 차이가 확연했다. 고교 평준화의 경우 한나라당은 “특수목적고 등 자격을 갖춘 사립학교의 학생 선발권을 확대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고, 민주당은 “평준화 골격은 유지하되 수준별 수업 등으로 평준화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쪽이었다.

정강현 기자


의원 이념 성향 조사 연구진 :

연구책임자: 강원택 (숭실대 정외과) 연구진: 이현우(서강대 정외과), 손병권(중앙대 국제관계학과), 임성학(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서현진(성신여대 사회교육학과), 가상준(단국대 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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