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컴퓨터전문가들의 광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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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오늘 (3월26일) '샌디에이고의 베벌리힐스'로 불리는 부촌 랜초 샌타페이에서 발생한 젊은이들의 집단 변사사건은 미국사회를 순식간에 충격과 경악속에 몰아넣었다.

대지 3천7백여평 이상에 침실 9개, 화장실 7개에 풀장과 테니스장을 갖춘 호화주택에 39명의 변사자들은 삼각형의 보라색 덮개로 얼굴을 가린채 조용히 죽어있었다. 사건현장에는 피와 폭력, 음주나 흡연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

수사결과 죽은이들은 '천국의 문'이라는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들임이 밝혀졌다. 특히 사망자는 모두 20대 안팎의 젊은이들이며 컴퓨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컴퓨터전문가들로 '하이어 소스'라는 첨단 컴퓨터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서로를 형제·자매로 부르면서 자신들을 외계에서 온 천사라고 믿었던 이들은 헤일 봅 혜성 뒤에 따라오는 우주선을 타고 천국으로 갈 수 있다고 믿고 이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천국의 문' 신도들은 아무리 무더운 여름날이라도 목까지 단추를 채우는 긴팔 셔츠와 어두운 색깔의 바지를 입고 다녔으며, 술·담배·성생활을 피했을 뿐만 아니라 남녀 성구분 없는 불멸성을 추구하기 위해 일부 남자들은 거세까지 했다고 한다. 게다가 외계인에 의한 침투·납치·살해때 1인당 1백만달러를 지급받는 보험에 가입한 것이 확인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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