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에티오피아 참전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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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카그뉴」란 에티오피아 황제 셀라시에가 애지중지하던 말(馬)의 이름이었다.한국에서 6.25동란이 발발했을때 셀라시에황제는그의 근위대를 참전시키기로 결정하고 그 부대를 「카그뉴 대대(大隊)」라 명명했다.51년 5월7일 1개 대대의 파병을 시작으로 53년 7월의 휴전까지 북한군과 싸운 에티오피아 병력은 5개 대대의 연 6,200명이었다.
이 기간중 에티오피아군은 250여 차례에 걸친 크고 작은 전투를 치른 결과 121명이 전사(戰死)하고 530여명이 부상하는 인명피해를 보았다.「카그뉴 대대」가 거둔 최대의 전과(戰果)는 52년 10월23일 지형능선(指形稜線)에서 강력한 중공군과 맞닥뜨렸을 때였다.아스포 반다지중령이 이끄는「카그뉴 대대」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적을 몰아붙여 대대병력을 거의 전멸시키는 혁혁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에티오피아 국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갈라족(族)(약40%)과 암하라족(약 32%)은 옛날부터 용맹스럽기로 이름나있다.약 3,000년전 서남(西南)아라비아의 시바여왕과 이스라엘의 솔로몬왕 사이에 태어난 메넬릭에 의해 고 대 에티오피아왕국이 탄생한 뒤 이 나라 민족은 끊임없이 정복자들에게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일찍부터 「가다」라는 정치.군사조직을 발전시켜 공격이나 방어에 신속하게 대처해 왔던 것으로 유명하다.
「카그뉴 대대」가 다른 참전국들에 비해 전혀 손색없는 기록을남길 수 있었던 것도 황제의 근위대인데다 그들 민족의 용맹스러운 피를 물려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60년대 이후의 에티오피아는 계속되는 정치적 불안과 경제공황으로 고통속에서 신음하고 있다.내란은 끊일줄 모르고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는 현실이다. 74년 셀라시에가 실각하고 군부가 집권해 공산화의 기미를 보이면서부터 한국전에 참전했던 용사와 그 가족들은 그 이유하나 때문만으로 더욱 어려운 삶을 살아오고 있다 한다.그들이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면 그들이 어 려운 처지에 빠졌을 때 우리가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다.마침 춘천지역의로터리클럽 회원들이 모금운동을 벌이는등 참전용사돕기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은혜를 잊지않는 국민」임을 보여주게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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