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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부자’ 작가 권정생을 기리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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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동화 ‘몽실언니’의 작가 권정생(1937∼2007·사진)은 생전에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의 5평짜리 무허가 오두막에 혼자 살았다.

하지만 그는 현금 10억원 정도가 들어 있는 통장을 유언장과 함께 남긴 ‘부자’였다. 유산은 원고료와 인세 등 저작권료다. 권정생은 유언장에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는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적었다. 유언장에는 자신의 사후를 부탁하는 세 사람도 등장한다. 최완택 목사와 정호경 신부, 박연철 변호사다.

그래서 그동안 이들과 안동지역 인사 등이 모여 ‘권정생 어린이재단 설립준비위원회(위원장 최완택)’를 구성한 뒤 성실한 유언 집행을 논의해 왔다.

재단 설립준비위 사무처장 안상학 시인은 “논의를 통해 기금을 남북한 어린이와 티벳·팔레스타인 등 분쟁지역 어린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족들도 이런 뜻에 동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혜 대상에 미수교국 등이 포함돼 행정 처리 절차 등에 시간이 걸려 재단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

권정생의 1주기 행사가 오는 17일 고향 안동에서 열린다.

재단 설립준비위 최윤환(53) 준비위원은 13일 “선생의 1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2시 선생이 살던 조탑리 집에서 동료 문인들과 지인·독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집 뒤 빌뱅이 언덕 헌화로 추모 행사는 마무리된다.

이와 함께 안동시 명륜동 재단 설립준비위 사무실에선 고인이 남긴 동화책과 유품 등이 전시된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 생가에 방치됐던 유품은 분실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정리돼 이미 목록 작업까지 마쳤다.

18일엔 동화 ‘한티재 하늘’의 배경이 된 안동 한티재에서 서울에서 내려 올 기행단 등이 참가한 가운데 돌음바우골-바랑골-섶밭밑-계산골 등 현장을 답사한다.

한편 사후 한때 논란이 됐던 고인의 조탑리 생가 보존 여부는 보존으로 결론이 났다. 정호경 신부는 “그는 작품과 삶이 일치된 희귀한 작가인 만큼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집은 허물지 않는 게 맞다”며 보존 이유를 정리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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