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 9단(1승1패) ○·이세돌 9단(1승1패)
하변 쪽에서 선수 3집을 내고 위쪽으로 손을 돌리면 반집을 이긴다는 것이 박영훈 9단의 계산이다. 단 후수를 잡는다면 6집을 내야 한다. 온종일 전략을 세우고 전투를 감행하며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으나 골인 지점이 다가오자 결국 터럭만 한 계산이 운명을 결정지으려 한다. 100m 달리기가 0.01초 차이로 승부가 나는 것처럼 바둑도 마찬가지다. 뒤진 박영훈도 앞선 이세돌도 그걸 감지하고 온 몸의 기력을 쏟아 붓고 있다.
패싸움을 해보지도 않고 이세돌 9단이 201로 순순히 물러서자 검토실은 더욱 경악한다. 202로 빵 따내자 공배 같던 이곳에 백집이 토실하게 생겨났다. “뭐야. 계산이 이상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곳에서 백은 6집을 만들었다. 하나 패를 내는 과정에서 흑▲를 허용해 하변이 한 집 줄어들었고 또 패가 남아 있어 고작(?) 4집 반을 지은 것에 불과했다. 박영훈 9단은 그걸 알고 속으로 통탄하고 있었고 이세돌 9단 역시 그걸 알고 쉽게 물러섰던 것이다. 문제는 203이었다. 박영훈이 그토록 차지하고 싶어하던 바로 그곳을 이세돌이 두드리고 있었다. 불과 몇 집의 끝내기에 불과하지만 끝나 가는 바둑판 위에서 가장 빛나는 곳.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 작은 한 수가 사흘 밤낮을 싸운 승부의 종착역이라니….
그냥 이으면 바로 지니까 204의 패로 버틴다. 그러나 박영훈은 팔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패배의 운명을 느낀다.(200-◎, 208·211=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