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 <57> 직장을 옮기려고 하는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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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호 35면

Q.지금 회사에서 6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각광받는 보직도 아닙니다. 지난주 영업상 알고 지내는 사람이 같이 일해보자고 제의해 왔습니다. 그가 제시한 보직의 성격이 분명치 않고 내 전문 분야와 거리가 좀 있습니다만 재미있을 듯합니다. 회사를 옮겨볼까요.(미국 펜실베이니아 웨인에서 한 독자)

“깐깐한 손익계산서가 후회 줄여”

A.옛말이 생각납니다. ‘행운아가 되기보다는 똑똑한 사람이 되라’는 속담이지요. ‘잘 되겠지’ 하며 행운에 기댈 게 아니라 ‘똑똑하게’ 제시받은 회사의 보직이 뭔지 따져봐야 합니다.

그 사람이 제시했다는 보직의 성격이 아직 불분명합니다. 마치 ‘당신이 오면 그때 무슨 일을 맡길지 고민하겠다’는 식으로 들립니다. 일반적으로 권한 없이 책임만 크면 일하기 힘듭니다. 예산 한 푼 주지 않고 필요한 인력을 뽑아 쓰지도 못하면 기존 직원들이 당신을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또 새 회사는 당장 실적을 요구하기 마련입니다. 옮긴 뒤 아주 애를 먹을 수 있습니다.

‘코스모폴리탄’이라는 잡지를 발행하는 출판회사 허스트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캐시 블랙이 겪었던 일이 좋은 예입니다. 그는 1년 정도 구애를 받은 끝에 1983년 유에스에이 투데이 발행인이 됐습니다. 그가 한껏 기대하고 출근한 첫날 광고 책임자가 찾아와 “앞으로 당신에게 업무보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순간 캐시는 “아주 고전적인 실수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발행인 직을 수락하기 전에 “보고 체계와 권한 등을 서면으로 분명히 해두지 않았다”는 말이지요.

당신이 입사하기 전에 연봉 등을 꼼꼼하게 따졌다고 하더라도 캐시처럼 중요한 대목을 빼먹을 수 있습니다. 좀 더 꼼꼼하게 살피고 헤아려 분명히 해둬야 할 대목이 더 있다는 얘기지요.

당신은 보수와 명예를 좇아 그 회사에 가려는 것은 아닌지 자문자답해봐야 합니다. 물론 높은 보수나 이름값도 중요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기준으로 회사를 옮기면 얼마 지나지 않아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우리 부부는 직장을 한 번 옮기는 것으로 부회장이 됐을 뿐 아니라 연봉이 2만5000달러 높아진 친구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회사가 위기를 맞아 그는 끝내 불행해졌습니다.

또 한 친구는 프로 골프 선수인데, 작은 골프장에서 파트너(동업자) 대접을 받으며 코치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대형 골프장으로 옮겼습니다. 남들이 알아주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새로 옮긴 곳에서 그는 동업자가 아니라 그저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아내는 이전 골프장에서 관리자급이었지만 새로 옮긴 곳에서는 허드렛일이나 하고 있지요.

당신이 직장을 옮기면 허스트 CEO 블랙 등이 겪은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새 직장이 당신이 꿈을 이루는 데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마술처럼 지루함이 사라지고 하루하루가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새 회사의 성격과 전망, 새 보직의 특성 등을 철저히 따져봐야 합니다. 또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앞서 회사를 옮기는 게 이후 겪을 어려움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곱씹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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