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국민 설득 달라도 너무 다른 韓·日 정부 홈페이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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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호 05면

한국, 보도 해명에 급급

농림수산식품부는 ‘한·미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에 대한 협의’가 타결된 지 4일 뒤인 지난달 22일 쇠고기 관련 코너를 만들었다.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 자료, Q&A 형식의 자료에 축산농가 지원 대책, 기자회견 자료 등 홍보성 자료가 대부분이다.

정작 네티즌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는 어디에도 없다. 국민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언제·어떤 이유로 수입이 금지됐고, 우리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를 궁금해한다. 여기에 대한 답은 ‘7년간 수입-금지-재개-중단 반복’이란 제목의 글(A4용지 2쪽)이 전부다. 내용은 ‘2005년 2월 국제수역사무국이 ‘30개월 이하 소 살코기’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내용의 규약을 채택함에 따라 광우병 공포는 조금씩 수그러들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중국 등 기존 미국산 쇠고기 수입국이 각각의 수입 위생조건을 제정해 미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에 이른다’는 ‘요지’에서 한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 홈페이지는 어떨까. 2003년 수입을 처음 중단한 이후의 조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식품안전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미국·캐나다의 식품건강 영향평가 보고서’, 전문가 토론회 자료, 미국 수출 증명 프로그램에 대한 보고서가 올라와 있다. 후생노동성과 농림수산성의 합동회의 개요만 A4 용지 5쪽 분량이다.

일본, 보고서 50여 건 올려

농림수산식품부 홈페이지에는 한·미 쇠고기 협상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도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 위생조건’ ‘쇠고기에 관한 한·미 협의 합의 요록’이 관련 문서의 전부다.

일본은 2003년 12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한 뒤 2005년 12월 다시 허용했다. 그러나 2006년 1월 다시 수입을 금지했고 그해 7월 빗장을 풀었다. 일본 정부는 두 번째 수입 금지에서 재개까지 미국에서 받은 보고서 30여 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소의 생리학적 월령(月齡)에 관한 미국의 특별 연구’ ‘미국 식품안전검사국(FSIS)
의 대일(對日) 수출 조사 보고서’ ‘미국 농무부(USDA)의 대일 쇠고기 수출 증명 프로그램에 관한 조사 결과와 대책 보고서’ 등을 날짜순으로 보기 쉽게 올려놓았다.

USDA의 보고서는 ‘이번 사안(척추 뼈가 포함된 고기가 들어옴)은 미·일 간에 합의한 룰이 지켜지지 않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사안이며 수입 수속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이런 사안을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미국과 일본 협상 담당자가 어떤 대화를 나누었고, 어떤 조사를 했는지 알 수 있다.

일본은 2006년 7월 수입을 재개한 이후에도 미국에서 받은 보고서 20여 개를 속속 공개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넣은 소시지에 대한 조사 보고서’는 물론이고 마쓰오카 농림수산상과 마이크 조핸스 미국 농무장관이 전화로 나눈 이야기까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이상길 축산국장은 “모든 정부 보고서를 인터넷에 올린다면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일본과 우리의 행정 절차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가 안보나, 개인 정보 관련 사항 등은 공개할 수 없다.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정보공개 청구를 하라”고 답변했다.

투명한 행정 위해 자료 공개해야

일본은 2003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한 지 보름 만에 광우병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조사단을 보냈다. 조사 일정, 출장자, 조사 방법과 그 결과를 기록한 보고서를 공개했음은 물론이다.

2006년 7월 쇠고기 재수입을 결정하기 1개월 전에는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후생노동성과 농림수산성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팀은 한 달 동안 미국의 35개 수출 시설과 사료공장 등 8개 공장을 둘러봤다. 그리고 100여 항목에 걸쳐 꼼꼼히 관찰하고 기록했다. 보고서 분량은 75쪽에 이른다. 7월 23일 조사가 끝났고, 보고서가 홈페이지에 올라가는 날 수입이 재개됐다.

연세대 황상민(심리학) 교수는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은 행정편의주의 발상의 결과며, 정보 공개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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