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워치] 베이징 한·중 문화예술 포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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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문화예술 토론회에서 강수연씨가 ‘ 할리우드 진출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베이징=정용환 특파원]

한국과 중국의 문화계 핵심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본사 중국연구소 후원으로 5~7일 중국 베이징의 우저우(五洲)호텔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한·중 문화예술 토론회’엔 100여 명의 양국 문화계 인사가 참여해 ‘21세기 아시아 문화발전 전망’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는 기조 연설에서“한·중 관계가 장수하려면 양국 관계의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이를 경고해 주는 의사가 필요하다”며 “자기가 속한 공동체 속에서 문제를 감지하는 체온계 같은 역할을 해온 양국 문화인이야말로 한·중 발전을 위한 의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멍(王蒙) 전 중국 문화부 부장은 “중국은 과거 사회 참여를 주장하는 웅변(雄辯)문학이 주를 이뤘으나 지금은 인간에 대한 연민을 강조하는 친화(親和)문학이 꽃을 피우고 있다”며 “좀 더 높은 수준의 미학적 가치를 발현하기 위해선 국내외의 다양한 문학 조류와 만나는 노력이 필수적인데, 한국 특유의 역사적 경험 속에서 배양된 한국인의 감수성은 중국 문학의 새로운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흘간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선 양국 문화교류를 심화·확대시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생산적인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소설가 김주영씨는 “서구 자본주의가 봉착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아시아적 가치가 주목을 받는 이때, 인간을 위한 문학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아시아 문학상을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중국의 소설가 모옌(莫言)은 “한·중을 아우르는 문화유전자는 불교”라며 “아시아인의 일상에 자리잡은 불교 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함께 나눌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 권영빈 경기도문화재단 이사장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공통의 가치를 찾는 화이부동(和而不同) 정신이 양국 문화교류의 바탕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레이레이(賈磊磊) 중국예술연구원 연구원은 “다국적 자본의 공세로부터 국내 영화시장을 지키기 위해선 공통의 문화적 상상력을 갖고 있는 한·중 양국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양국의 대표적인 감독과 배우의 교류·협력은 한·중 문화산업의 생존을 위해 이젠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배우 강수연씨도 “아시아 스타들의 할리우드 진출은 아시아 콘텐트의 경쟁력에 대해 할리우드가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제는 개별 국가의 특수 문화가 아닌 아시아 사람들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공통 문화로 할리우드 진출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한·중 전통문화의 대중화·산업화 방안도 논의됐다.

이승규 전 문화재청 차장은 “디지털과 문화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새로운 세계의 패러다임을 구성하는 쌍두마차”라며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중 문화산업을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주장했다. 또 서예가인 송하경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대중에 의해 대중이 지배되는 대중문화의 시대를 맞아 서예도 대중 속으로 들어가 대중과 함께 교감하는 대중화와 산업화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첫 번째로 열린 문화예술 토론회는 한·중 문화예술포럼(회장 유재기)과 중국예술연구원(원장 王文章)이 공동 주최했으며 일본과 베트남·싱가포르의 문화계 인사들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해 토론의 열기를 더했다.

베이징=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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