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언쟁(言爭)이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
서로 상대측 총재의 전력을 거론하면서 인신 공격을 퍼붓고 있다. 대변인들의 입을 빌리고 있지만 연일 입씨름이 계속되고 있어 두 金씨의 의중이 실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이번 입씨름의 발단은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가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를 사이비 보수로 몰아붙이면서다.
지방선거 때 이심전심(以心傳心)공조체제를 유지해온 두 金씨가갑자기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릉거리는 것은 총선 정국 구상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총재는 지방선거 때까지만 해도 민자당을 고립시키는 것이최우선 목표였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두고,그 여세를 몰아 국민회의를 창당하면서 김영삼(金泳三)-김대중 양김(兩金)구도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그 성과야 어떻든 정국의 큰 흐름은 양김 중심으로 흐르기 시작한 게 사실이다.김종필총재는 이런 흐름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김종필총재는 차기대권 경쟁은 김대중-김종필 두 金씨 구도로 몰고가야 한다는 생각이다.김영삼대통령은 어차피 차기 주자가 아니다. 이 공백을 밀고들어가면 여권의 보수세력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종필총재는 이 구도를 만드는 가장 적절한 쟁점으로 보수논쟁을 끌고 나온 것이다.
더군다나 그는 최근 몸이 불편해 청구동 자택에서 열흘이 넘게칩거하면서 지지세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얼마남지 않은 총선을 감안할 때 발빠르게 이 공백을 메우는 수단이 필요했다.
문민정부 탄생 이후 한국사회는 급속히 보수화해가고 있다.김대중총재가 보수화를 선언한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김대중총재로선 이런 논쟁이 달가울리 없다.
더구나 양김중심의 정국 구상도 어그러지게 되고,역대 선거마다색깔 논쟁으로 피해를 본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의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이 4일『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야권공조가 절실한 때』라며 재빨리 휴전을 제의한 것도 그런 계산이 깔려 있다.
그렇다고 김대중총재도 계속 당하고 있을 수는 없다.잘못하면 자민련의 인신공격을 그대로 시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두 金씨간의 논쟁에 민자당이 얼른 끼어든 것도 보수세력 결집을 노리는 김종필총재의 노림수를 간파한 때문이다.
국민회의-자민련간의 논쟁을 즐기기만 하던 민주당이 방관적 자세를 버리고 4일 이규택(李揆澤)대변인과 김부겸(金富謙)부대변인이 한꺼번에 성명을 내며 참견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칫하다가는 총선 정국의 중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한 것이다.
두 金씨의 이런 계산법을 생각할 때 국민회의-자민련간의 공방은 총선으로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나친 인신공격은 공멸(共滅)을 가져올 수도 있어 완급을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金鎭國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