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담보신탁 이용 "퇴직금 우선" 판결 회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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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제인(經濟人)들은 대안(代案)을 찾는 명수(名手)들이다.
대법원이 최근 「근로자 퇴직금은 은행의 부동산 담보 채권에 우선한다」는 판결을 내리자 은행들은 『부실 채권이 크게 늘게 생겼다』며,기업들은 『더 이상 댈 담보가 없다』며 다들 걱정이태산이었다.〈본지 9월5일字 25面,26일字 2 6面 기사참조〉 그러나 걱정도 잠시 벌써 금융 기관이나 기업들은 그에 대한「비상구」를 찾아 냈다.
바로 「부동산 담보 신탁」제도다.
선물(先物)거래와 같은 위험 회피 수단은 아니지만 대법원 판결의 영향권을 벗어날 수 있는 기존의 제도와 그에 대한 대법원의 또 다른 판례를 금융기관들은 찾아냈다.
부동산 담보 신탁은 기업이 부동산을 직접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는 대신 부동산 신탁 회사에 담보가액의 1~2%를 수수료로 주고 해당 물건을 신탁 회사로 명의 이전한 뒤 신탁 증서를 은행에 담보로 잡히고 대출받는 제도.
은행 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신탁 부동산은 신탁.수탁자의 소유가 아니고 신탁회사의 재산」이란 87년 대법원 판결이 있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은행은 해당 부동산에 대해 퇴직금에 앞서 채권 확보를 할 수 있으므로 각 은행에 적극 권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서로 담보를 잡고 잡힐 때 피차퇴직금 걱정을 덜 수 있게 되는 반면 근로자들은 퇴직금을 먼저보장해 준 최근의 대법원 판례가 아무 소용이 없는 결과가 된다. 담보신탁은 지난 93년 도입돼 대한.한국 부동산 신탁이 93년 40여건,지난해 80여건을 성사시켰으며 올해도 40여건을계약했다.
실제로 가죽.피혁업체인 프레이저㈜는 부동산 담보 신탁으로 하나은행에서 47억원을 대출받았던 사례가 있다.
한미은행도 비슷한 위험 회피 수단인 개발 신탁을 이용,최근 우성건설이 짓고 있는 서울 다동빌딩을 인수했다.
만일의 경우 다동 빌딩을 놓고 우성건설 채권자들과 분쟁이 생길 것을 우려,건물을 한국부동산신탁 명의로 바꾼 뒤 한국부동산신탁에서 사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한국지방재정공제회도 지난 5월 극동건설이 건설중인 서울마포의4백억원짜리 건물을 사면서 부동산 신탁을 이용했다.
은행 관계자는 『담보 신탁은 은행이 법정 관리나 「퇴직금 우선 판결」을 피해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고,기업은 예정 퇴직금을 빼지 않고 담보 가격만큼 대출받을 수 있어 앞으로 크게 활성화될 전망』이라고 내다 봤다.
〈吳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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