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야성 라스베이거스, 불 꺼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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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라스베이거스는 ‘미국 속의 또 다른 미국’으로 통한다. 도박·쇼·전시회·쇼핑 등 다양한 놀거리를 갖춰 미국 경제가 휘청거릴 때도 홀로 호황을 누려 왔기 때문이다. 그런 라스베이거스가 경기 침체의 여파로 휘청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은 올 1~2월 호텔 객실료를 1년 전보다 3.8% 내렸다. 그런데도 호텔 투숙률은 오히려 1.5%포인트 떨어졌다. 이 지역의 도박산업 매출도 같은 기간 4%가량 감소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예정됐던 크고작은 건설 프로젝트도 잇따라 지연되거나 폐기되고 있다.

크라운 라스베이거스란 회사가 추진했던 초대형 호텔·카지노 건설사업은 지난달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계획 자체가 폐기됐다.

NYT는 “아직 라스베이거스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곳곳에서 경기 침체의 조짐이 완연해지고 있는 건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1990년과 2001년 미국 경기 침체 때도 라스베이거스는 몰려드는 도박꾼들로 불황을 몰랐다. 하지만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여유 자금 부족, 유가와 식료품 가격의 급등 등으로 미국인들이 소비와 여행을 줄이자 라스베이거스 경기도 타격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특히 라스베이거스의 관광산업이 도박 중심에서 종합 위락지로 변신하면서 경기 침체에 취약해진 것으로 NYT는 풀이했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1990년 라스베이거스 위락산업 매출에서 도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했지만 지난해엔 이 비중이 41%에 그쳤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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