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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5년>上.게르만의 再도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통일 5주년을 맞아 독일이 세계의 강국으로 웅비(雄飛)하고 있다.통일 초기의 험난했던 사회통합 작업이 정상궤도에 들어선 가운데 정치.경제.외교 각 분야에서 大게르만의 위용이 서서히 그 웅자(雄姿)를 드러내고 있다.통일 5주년의 힘 찬 고동소리를 현장취재로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註] 독일의 분단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중심가 브란덴부르크門 바로 옆 舊제국의회 건물.5년전인 90년 10월 3일 0시,동서독이 하나로 되던 순간 舊제국의회 건물 앞에 게양된 이후 교체를 제외하곤 한번도 내려진 적이 없는 흑.적.황의대형 독일국기가 초가을 파란 하늘에 한가로이 펄럭이고 있다.주변에는 철조망이 둘러 쳐진채 오는 97년부터 독일 연방하원(분데스타크)건물로 사용하기 위한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舊제국의회 바로 옆에 신축될 총리관저와 의회부속건물도 내년중착공에 들어가 99년에 입주가 시작된다.그뿐이 아니다.브란덴부르크문 앞 파리광장을 비롯해 포츠담.알렉산더 광장,프리드리히.
운터 덴 린덴街등 東베를린 전역에 걸쳐 공공건물 과 상가의 신.개축이 한창이다.
프로이센과 히틀러 나치제국의 번영을 상징했던 이곳이 이제는 통일 독일의 미래를 이끌고 갈 중심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 5년을 맞는 독일은 이렇게 21세기를 묵묵히 준비해나가고 있다.
독일 주간 슈피겔誌는 동독에서의 통일 5년을 「폐허에서 소생」으로 정의하고 있다.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붕괴와 신탁관리청을 통한 사유화 작업의 와중에서도 9%에 이르는 높은 경제성장률을기록하며 빠른 속도로 서독을 따라가고 있다고 평 가했다.
14%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과 동서 주민간 보이지 않는 갈등등 아직 통일 후유증이 남아있지만 낙관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간 2등국민이란 자괴감을 보이던 동독주민들이 서독의 가치와 제도에 적응해 가고 있는 것이다.ZDF방송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기민당이 서독에서 46%,동독에서 42%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폴란드.헝가리등에서 공산당의 후계 정당들이 다시 집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
국제정치무대에서도 독일은 지도적인 위치를 확고히 다져나가고 있다. 일본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이 거의기정사실화되고 있다.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요구로 보스니아에 전투기와 수송기.의무부대를 이미 파병한데 이어 평화조약이맺어지면 지상군 파견 가능성도 높다.
클라우스 킨켈 연방 외무장관은 보스니아 유엔평화유지군의 철수에 대비,미국.러시아.회교국가와 함께 발칸반도에 지상군을 파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유럽연합(EU)과 NATO의 동유럽 확대와 유럽통합에 있어서도 독일이 가장 적극적이다.이미 동유럽은 마르크 경제권에 편입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서 냉전시대 분단과 갈등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그토록 우리의 부러움을 샀던 독일통일의 신화는 이제 새로운 국제질서를 선도해 나가는 현실적 원동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베를린=韓敬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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