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내생각은…

북한의 끊임없는 대남 비방 ‘퍼주기 정책’ 바라는 떼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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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북한의 대남 비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 의도와 전략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줄기차게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의 철저한 이행을 요구함으로써 이들 두 가지 정상선언을 주도하였던 민주당 지지세력의 친북 동참을 선동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민주당 지지세력 대 한나라당 지지세력으로 대립각을 만들어 남남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이명박 정부가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회귀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미국과는 여러 채널로 대화를 하면서도 남한과의 대화는 거부하여 통미봉남의 국면을 조장함으로써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남북대화 부재를 남북관계의 파국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의 햇볕정책에 안주하던 북한이 새로운 실용주의 대북정책에 저항하고 과거로 회귀하도록 떼쓰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두 가지 대남 전술에 우리 국내 학자 전문가들이 북한의 전략을 냉철히 분석하고 대책을 만들기 보다는 북한의 전략에 휘둘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 비핵화의 진전, 경제적 타당성, 재정, 국민적 합의를 기준으로 검토한 후 이행하겠다고 하였다. 조건에 중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행에 중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방미 중에 북한 체제의 특성상 핵신고는 그 정도면 제대로 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듯이 5월에 있을 6자회담에서 핵폐기 2단계가 종료되고 3단계에 진입하여 핵문제에 진전이 있을 경우 남북관계는 핵문제 진전의 분위기를 타고 전향적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도 4·29 통외통위 현안보고에서 6·15 선언과 10·4 선언을 상호 존중의 정신으로 남북협의를 통하여 실천 가능한 이행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10·4 정상선언에서 합의한 남북경협에 대해서는 실용주의적 경제논리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이전 정부가 북한의 경제 실태나 경협을 위한 인프라의 실태가 너무 열악한데도 불구하고 남북 간에 경협과 교역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모양새를 만들었던 것과는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경제논리로 볼 때 타당성이 없는데도 억지로 정부의 재정을 투입하여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여, 마치 남북 간에 민간 차원의 경협이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는 기교를 부림으로써 국민을 속였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남북 경협을 적극 추진하되 경제논리가 관철되어야 남한과 북한이 공동으로 항구적인 이익을 보는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

남북관계에서 이러한 원칙이 없이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유지된다 해서 남북관계가 좋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지난 10년 동안 대규모 대북 지원을 해준 남한에 대하여 하루 아침에 태도가 돌변, 서울을 잿더미로 만들겠다는 협박하는 북한과 대화하는 흉내를 내보았자 향후 10년 후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특히 핵이 폐지되지 않고 그대로 간다면 북한의 대남 태도는 더욱 예측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이 남북관계에서 대화를 하지 않는 숨고르기 기간이 있을 경우 이것도 남북관계의 건전한 방향으로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북한이 미국과는 대화하고 남한과는 대화하지 않는 과도기적 상황을 통미봉남이라고 규정하며 정부는 뭐하냐고 몰아붙이면 정부는 또 과거처럼 형식적 남북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어진다.

미국이 북한과 효율적인 대화를 하여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면 우리로서는 좋은 일이다. 집고양이가 쥐를 잡든 들고양이가 쥐를 잡든 결과는 같은 것이다. 가묘야묘(家猫野猫)론이라고나 할까. 이런 문자를 쓰는 여유도 필요하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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