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뭉쳤다 … ‘최강’삼성·인텔·TSMC, 차세대 웨이퍼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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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삼성전자가 큰 웨이퍼를 채용한 차세대 반도체 생산라인을 만들기 위해 미국 인텔, 대만 TSMC와 손잡았다.

삼성전자는 이들 회사와 협력해 2012년까지 450㎜(18인치) 웨이퍼를 사용해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을 공동 개발한다고 6일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등 반도체 통합 1위인 인텔, 파운드리(위탁생산 전문업체) 1위 업체인 TSMC와 차세대 규격의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뭉친 것이다. 세 회사는 부품과 장비산업을 육성해 4년 안에 450㎜ 웨이퍼 기반의 생산라인을 시범 가동하기로 했다. 반도체 분야의 글로벌 선두 기업이 모여 반도체 재료·장비·제조업계에 ‘450㎜ 표준안’를 제시한 셈이다. 인텔 테크놀러지&매뉴팩처링 그룹의 밥 브룩 부사장은 “반도체 생산 비용을 낮춰 지속 성장하려면 현재 지름 300㎜ 웨이퍼 규격을 450㎜로 늘려야 한다. 3사의 협력으로 이를 앞당길 수 있다”고 기대했다.

웨이퍼 크기를 늘리는 건 원가 절감에 필수다. 반도체 원가를 낮추려면 미세 공정을 도입하거나 더 큰 웨이퍼를 써야 한다. 미세 공정일수록 칩 하나의 크기가 작아진다. 웨이퍼가 커질수록 한꺼번에 많은 칩을 찍어낼 수 있다. 미세공정에 큰 웨이퍼를 쓸수록 생산성이 높아지고 그만큼 단가는 내려간다. 가령 2012년 이후 가동되는 30나노 공정의 450㎜ 라인은 지금도 많이 쓰이는 90나노 공정의 300㎜ 라인보다 생산성이 10배 이상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웨이퍼는 1990년대 초반 삼성전자가 200㎜ 라인을 처음 건설하며 표준화 작업을 주도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300㎜ 웨이퍼가 대세다.

하지만 규격 변경은 쉽지 않다. 새로운 크기에 맞는 장비와 생산라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규격이 커질수록 라인 건설 비용도 높아진다. 200㎜ 라인은 1조원이면 만들었지만 300㎜는 3조~4조원이 든다. 변정우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상무는 “생산 라인을 450㎜로 전환하려면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생산성이 높아지고 원자재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웨이퍼(wafer)=모래에 섞인 규소(실리콘)를 녹여 원통형으로 만들어 굳힌 뒤 CD 모양으로 얇게 잘라 만든 반도체 재료. 이 위에 회로를 새긴 다음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라내 반도체 칩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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