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무부 긴급회견 “한국 정부가 미국 와서 도축작업 감사해도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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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농무부는 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단을 대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리처드 레이먼드 식품안전담당 차관이 “모든 소비자들에게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미국 농무부가 일요일인 4일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나섰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발병 우려에 대한 한국 내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리처드 레이먼드 농무부 식품안전담당 차관은 워싱턴에서 연 한국 특파원단과의 기자회견에서 “농무부는 도살된 쇠고기에서 모든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등 식품 공급 과정에 SRM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있어 광우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강조했다. 또 “도축 시설엔 농무부 감독관이 상주하고 있고, 감독관이 없는 상태에선 도축 작업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미국에 와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감사를 하는 걸 환영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근 버지니아주에서 사망한 여성의 사인이 인간 광우병(vCJD)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비조사 결과 이 환자가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쇠고기를) 수출하는 기준은 과학적”이라며 “국제수역사무국(OIE)과 미국의 기준은 식품 안전에 대한 어떤 우려가 확인될 때는 전면적으로 조사하고 즉각 시정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쇠고기 공급의 안전을 보장하는 핵심은 SRM을 제거하는 것이므로 (미국에서) 광우병 문제가 또 발생하더라도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즉각적인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지 말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 간 쇠고기 재협상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나는 협상 담당자가 아니다. 여긴 식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이지 협상 문제를 논의하는 곳은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현행 협정이 한국 소비자의 건강과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협정은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가 확인될 때 한국이 미국 시설을 감사할 수 있고 미 농무부와 협력할 수 있는 한국의 주권에 관계된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재협상을 할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됐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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