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절제 여성 빈궁마마병 시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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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빈궁마마를 아십니까」.
조선시대 얘기가 아니다.요즘도 40~50대 여성 5~6명이 둘러앉으면 그중에서 1~2명의 빈궁마마를 찾기란 어렵지않다.
빈궁마마란 자궁암이나 자궁근종 등 자궁과 그 부속기 질병 때문에 여성性의 상징으로 인식된 자궁을 들어내는 「자궁절제술」을받은 여성들을 일컫는 말.
이같은 빈궁마마들이 「여성으로서는 끝났다」는 상실감으로 우울증.무력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이른바 「빈궁마마 증후군」이다.
40대 초반의 주부 沈모(43.서울사당동)씨는 올초 산부인과에서 자궁암 1기로 진단받고 자궁절제술을 받았다.수술전까지만해도 마음만은 20대처럼 생각하고 살던 그는 남편이 괜히 자신을멀리하는 것같고 또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도 지울 수 없어 우울증을 앓다 요즘은 정신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있다.
빈궁마마 증후군의 대표적 사례인 沈씨외에 수술후 기운이 없고생활의 활기를 찾지 못하며 식은 땀이 많이 흐르고 살이 유난히찐다며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또 이들은 남편과의성관계에서 만족을 주지도 느끼지도 못한다고 생각하며 남편이 옆에 오는게 싫고 피부가 거칠어지는 등 여성적인 매력이 감퇴했다고 생각,스트레스를 받다 심한 경우 정신과를 찾기도 한다.이런증상은 나이가 젊으면 젊을수록 정도가 심한 편.
그러나 전문의들은 이같은 「빈궁마마 증후군」이 잘못된 상식에서 근거한 증상이라고 지적한다.산부인과 전문의 박금자(朴錦子)박사는 『수술이 자궁만 들어낸 경우인지 아니면 난소까지 함께 절제한 것인지를 구분해야한다』고 말한다.
자궁만 절제한 경우라면 매월하던 월경이 없어지고 임신이 불가능할 뿐 그 자체가 폐경을 의미하는건 아니다.
즉 노쇠로 인한 경우는 난소의 기능 감퇴로 폐경이 오고 이때문에 폐경기증후군이 함께 오지만 인위적으로 자궁만 들어냈을땐 곧바로 폐경기증후가 나타나는건 아니라는 설명이다.생리적으로 여성을 여성답게 하는 호르몬 분비는 난소의 작용이므 로 자궁만 절제한 경우 성적 매력이 없어진다고 느끼는 건 단지 심리적 영향이라고 朴박사는 지적한다.
난소까지 다 들어낸 경우엔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질의 분비물이 줄어들고 정력이 감퇴하며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높아지는게 사실.
이 경우도 호르몬요법으로 치료를 받으면 폐경기증후로 인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부부관계에도 큰 무리가 없다고 연세대의대 송찬호(宋燦浩.산부인과)교수는 조언한다.
이나미(李那美)신경정신과 전문의는 빈궁마마 증후군을 앓는 아내의 경우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궁자체는 가임(可姙)기간이 지나면 상징적 의미에 불과하며 과도하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걸 은근히 일러주고 정신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줄 것을 권유한다.
李박사는 자궁절제술후 부부관계가 나빠진 경우 실제로는 그 이전의 나쁜 관계가 수술후 표면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文敬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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