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간 학력 차 입시 반영하는 건 미국선 당연한 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학교 간 학력차를 입시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미국 UC버클리의 입학처 사무처장 겸 입학사정관인 앤 드 루카(사진) 박사는 30일 “연방정부가 주관하는 학업 성취도 평가시험 결과에 따라 고교의 학력 순위와 등급을 매겨 대학입시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카 박사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관으로 이날 건국대에서 열린 ‘대학 입학사정관제의 정착 방안에 관한 국제 콘퍼런스’ 참석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연방정부가 고교 학력 등급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주 정부가 자율로 시험을 치러 고교별 성취도 평가를 꼼꼼히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UC버클리의 경우 1등급 고교 출신 학생들의 합격률이 가장 높지만, 가장 낮은 10등급 고교 출신의 합격률이 2위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UC버클리는 객관적인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나 고교 내신성적보다 ^대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 ^성장 환경이나 경험의 다양성 ^성취도 ^봉사활동이나 리더십을 입시에서 더 중요시한다. 성취도가 중요한 평가 요소며, 어려운 여건을 극복한 학생에게 좋은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루카 박사는 “SAT와 고교 성적이 모두 만점이라도 불합격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정성 시비와 관련, 그는 “‘인종·성별에 대한 배려 때문에 불합격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대학이 모두 승소했다”며 “사회로부터 공정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체 110명의 입학사정관 중 여러 명이 채점해 점수 차가 크면 다시 채점하고, 유명 인사나 발전기금을 낸 기부자의 추천서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이사진과 교수진이 최종 합격자를 재검토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해 공정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UC버클리는 입학사정관제 도입 후 9년이 지났지만 부정 입학 사건이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루카 박사는 “입학사정관제는 대학별로 교육 철학에 맞는 다양한 학생을 선발하는 데 유리한 제도”라며 “대입 자율화가 시작된 한국에서도 잘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동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