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인사 경력.지연무시 "파격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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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6일 단행된 검사장급이상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인사는 검찰 내부에서 조차 의외로 받아들이는「경력 파괴」「지연 파괴」인사로 특징지을 수 있다.
지금까지 중요 기준으로 작용해 온 시험횟수와 경력.학연.지연등을 과감히 무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안우만(安又萬)법무장관-김기수(金起秀)검찰총장 라인이 구축됨에 따라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서열을 매김으로써 조직에 활력과 자극을 주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이같은 인사 패턴이 이번주중 단행될 차장검사이하의 승진.전보인사에서도 적용될 전망이어서 검찰 전체 조직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법무부측은『과거 몇몇 스타 위주의 인사방식에서 벗어나 묵묵하고 성실하게 일하며 소신과 예절을 갖춘 인사를 중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 인사를 총괄하고 對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에 내부 예상과는 달리 검찰국 근무 경험이 전혀 없는 김진세(金鎭世)대검 강력부장을 발탁한 것이 이번 인사의 특징을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검찰 사정지휘관으로 전국의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중수부장에 수사검사로 잔뼈가 굵은 사시 7회의 심재륜(沈在淪)대전지검장 대신 사시8회의 안강민(安剛民)대검공안부장이 기용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와함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연고지 배치라는 기존의 구도를 깨버린 것도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즉 일선검사장 전원을 非연고지에 배치함으로써 선거사범에 대해보다 엄격한 법집행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꽃인 서울지검장에 발탁된 최환(崔桓)씨는 전주고 출신으로는 최초의 서울검사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가 충북영동 출신이지만 전주에서 고교를 다녔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20년만에 호남권 출신 서울검사장이라는 기록도 갖는 셈이다. 아울러 문민정부 출범후 정치권 실세를 많이 배출한 경복고는 진형구(秦炯九)서울서부지청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81년 유태선(柳泰善)당시 광주고검장 퇴임후 14년만에「無검사장」의 불명예를 벗었다.
또 전남의 목포고 출신인 신승남(愼承男)서울고검 검사도 이번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개교이래 44회의 졸업생중 첫 검사장으로 기록되게 됐다.
〈金佑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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