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여론조사 보고 합치자” 청원군 “시 승격이 먼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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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간 통합논의가 다시 불거지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청주시가 여론조사를 통해 통합추진을 결정하자고 제의하자 청원군은 독자 노선을 걷겠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청주도심에 있는 청주시청<上>과 청원군청은 불과 700여m 거리를 두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남상우 충북 청주시장은 “내년 3월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해 결과에 따라 청주·청원 통합 추진여부를 결정하자”고 29일 밝혔다. 15년 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통합논의를 끝내자는 취지였다. 반면 김재욱 청원군수는 “청주시가 주민여론을 거론하면서 (청원군의) 고유권한을 간섭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독자적으로 시(市) 승격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힌 것이다.

동일 생활권인 청주시와 청원군이 행정구역 통합을 놓고 첨예한 대립 각을 세우고 있다. 청원군은 독립된 지방자치단체로 시 승격을 추진하는데 청주시가 통합론을 들고 나오는 것이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청주시는 두 시·군이 나중에 통합을 할 바에야 지금 통합을 시도하는 것이 낫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두 지역은 1994년과 2005년 행정구역 통합을 시도했지만 두 번 모두 청원군민이 반대해 무산됐다.

◇통합 추진 잰 걸음 청주=남상우 청주시장은 “정부가 조직을 슬림화하는 마당에 공무원 수를 늘리는 시 승격을 하겠냐”며 통합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남 시장은 ‘청주 청원 공동발전기획단’을 통합의 당위성을 알리는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청주시의 24개 동과 청원군 14개 읍·면이 자매결연 형태로 운영되는 청주·청원공동발전기획단은 지금까지 청원군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팔아주거나 농촌일손을 지원하는 창구역할을 해 왔다.

청주시가 통합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자체 시 승격 추진을 선언한 청원군에 휘둘리지 말자는 의도에서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청원군민 68%가 통합에 찬성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15년 가까이 지지부진 해 온 통합논의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남 시장은 “시 승격은 군의 고유권한”이라면서도 “ 두 지역은 동일 생활권이고 청원군민도 청주의 학교를 다니고 청주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타는 등 모든 면에서 분리할 수 없는 하나”라고 강조했다. 남 시장은 청주 ·청원 통합에 따른 청원군민과 충북도의 우려에 대해서도 어디까지나 기우라고 일축했다.

남 시장은 “청주·청원이 통합되면 청원군민이 마치 손해 보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이는 오해”라며 “실제로 청주시에서는 화장장·소각장 등을 청주시 관내에 만들어 청원군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충북도가 청주·청원이 통합되면 광역시로 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있지만 청주는 어디까지나 ‘충청북도 청주시’로 남아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수원시가 100만이 넘는데도 광역시로 가지 않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시 승격 추진, 독자행보 청원=“이웃이 땅을 샀다고 배 아파하는 것은 옳지 않다.” 청주시의 통합강행 방침에 김재욱 청원군수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원군은 남 시장의 기자회견 직후 긴급회의를 갖고 “청주·청원 통합과 시 승격은 별개의 문제”라며 “청원군이 시로 승격한 뒤 통합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을 모았다.

김 군수는 최근 “지금의 군 시스템으로는 늘어나는 인구와 행정수요를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시 승격은 청원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시 승격작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그는 또 “통합을 하라고 군수들이 직을 맡긴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청원지역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청원시승격추진위원회’도 발대식을 갖고 김 시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 군수는 “법률상 시 승격 요건을 갖춘 군은 모두 시가 됐다”며 “늘어나는 주민들의 행정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시 승격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청원군의 3월 말 기준 인구는 14만5000명으로 지방자치법상 주민등록 인구 5000명만 늘리면 도·농 복합형태의 시 승격을 정부에 요청할 수 있다.

글=신진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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