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잘못된 중국은행평가 무디스社 명성에 흠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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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달초 무디스社는 중국은행 등 일부 은행들에 대해 터무니없는평가결과를 발표하는 바람에 권위있는 신용평가기관이라는 명성을 의심케 했다.
A~E 5등급 가운데 평가대상에 포함된 중국의 5개 주요은행을 보면 중국은행과 또 다른 은행이 D와 D+를 받았고 나머지세 곳은 최저등급인 E를 맞았다.중국 전체 은행부문의 85%를차지하는 이들 5개 은행은 상당한 충격을 받고 동시에 실망도 컸으리라 짐작된다.
이번 무디스의 은행평가 결과는 우선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금융환경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치명적 결함이 있다.금융위기가심각하다고는 하지만 일본의 대형은행들도 등급이 상식 이하로 낮게 나오는 바람에 허탈해 하고 있다.특히 중국은 행들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대표적 오판사례라고 보겠다.첫째 새로운 등급체계에 도입된 전제조건을 이들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
이들 은행은 민영화를 지향하고는 있지만 지금도 분명히 정부통제를 받는 국영은행이기 때문에 다른 나 라의 민간은행들과 동일한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둘째 한 나라에 민간 및 국영은행이 혼재(混在)하는 경우 정부부문을 제거한 뒤 같은 조건으로 다른 민간은행과 비교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나 중국에는 아직도 민간은행이 없으므로 자연히 비교대상도 없다.
셋째 국영기업에 대한 비효율적 대출을 문제 삼은 것은 부적절하다.국영기업의 경우 자발적 심사기능이 아니라 국가정책에 따라자금이 배분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평가기준은 선진국은행들을 재단하기에도 문제가적지 않다.은행업은 고도의 안정성이 요구돼 정부규제가 심하고 외생변수도 많고 다양하다.제조업 등 다른 업종과 비교하기 어렵다.단순히 은행내부적 요인으로만 은행의 안정성을 논할 수 없는것이다. 〈조 장-W I 카 증권사 경제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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