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여인들 안방 극장 휩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비운의 여인들이 안방극장을 휩쓸고 있다.
최근 인기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대부분의 드라마에는 예외없이비운의 여인네들이 포진,극적인 재미를 높이는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일종의 유행을 창출하고 있다.
SBS『장희빈』의 인현왕후와 장희빈,『옥이이모』의 옥이,KBS『젊은이의 양지』의 차희,『바람의 아들』의 연화,MBC『女』의 민숙 등이 비운의 운명을 짊어진 가련한 주인공들이다.
이 가운데 SBS의 『장희빈』과 『옥이이모』는 이들의 운명이급격히 반전되면서 최근 인기가 치솟아 이번주 시청률조사(MSK)에서 각각 1위(36.5%)와 7위(25.3%)를 기록,한동안 궁색했던 SBS의 낯을 환하게 해주는 「효녀 」노릇을 했다. 또한 KBS 『젊은이의 양지』는 집나간 차희(하희라 扮)의행로가 극 흐름의 중추를 이루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붙잡아 꾸준히 시청률 1,2위를 오르내리는 호황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신예 김원희와 정선경이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장희빈』은 특히 지난주 두 궁궐 라이벌의 부침(浮沈)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대하사극으로 보기드물게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옥소리가 타이틀롤을 맡고 있는 『옥이이모』의 경우도 마찬가지.빛나는 조연들의 맹활약으로 주인공만 나오면 채널이 돌아간다는웃지못할 일화를 남긴 『옥이이모』도 눈물많은 여자 옥이가 제자리를 찾자 시청자들의 성원이 다시 쇄도하고 있다 .성주사의 품에 안긴 옥이가 시어머니의 혹독한 시집살이를 감내하자 기구한 운명에 연민의 정을 보내고 있는 것.
종반을 달리고 있는 세 작품과 달리 『바람의 아들』과 『女』는 앞으로 전개될 주인공들의 예견된 운명이 마음을 졸이게 하는경우다. 첩의 딸로 태생부터 순탄치않은 연화(김희선 扮)는 『바람의 아들』에서 거친 사내들의 숱한 유혹에다 「바람기」까지 풍기며 극의 초반을 잡아가 간단치 않은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김혜자가 유괴범(민숙)으로 출연하는 『女』 또한 욕망과 복수,화해의 긴 여정속에서 약한 여인의 몰락을 보게 된다.
극의 재미와 더불어 인기까지도 보장해주는 이런 현상에 대해 KBS드라마제작국 윤흥식 부주간은 『멜로드라마의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라면서 『슬픔도 골깊게 처리해야만 시청자들에게먹혀드는 요즘의 유행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 다.
鄭在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