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증’ 챙기니 할인 혜택이 ‘와르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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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구미시자원봉사센터 신재학 소장이 지난 15일 자원봉사자 할인가맹점에 가입한 업소사장에게 인증서를 주고 있다. [구미시 자원봉사센터 제공]

7년째 봉사 활동 중인 주부 김수영(40)씨는 꽃을 사러 갈 때 주민등록증처럼 생긴 ‘자원봉사자증’을 꼭 챙긴다. 상모동의 한 꽃집에서 이 카드를 제시하면 20%를 할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카드는 구미시 종합자원봉사센터가 50시간 이상 활동한 봉사자에게 발급한 것. 이 카드는 ‘자원봉사자 할인가맹점’에 가입한 꽃집·세탁소·식당 등지서 5~30% 할인받을 수 있다.

김씨는 “할인받기 위해 봉사하는 건 아니지만 자원봉사자의 사기를 높여 준다는 의미에서 좋은 제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지역 일부 자치단체가 운영 중인 ‘자원봉사자 할인제도’가 인기다. 자원봉사자와 가맹점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

구미시 자원봉사센터 사회복지사 김윤경(25)씨는 “자원봉사자의 활동을 전산 관리해 카드를 발급하고 할인 혜택을 받게 하니 눈에 띄게 자원봉사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시가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지난해부터. 지난해 5월 50시간 이상 활동한 1670명에게 처음으로 카드를 발급했다. 또 50개 업소와 협약해 이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게 했다. 1년이 흐른 지난 15일 가맹점은 127곳, 카드 발급자는 3437명으로 각각 두배 이상 늘어났다.

구미 만족세탁소 문창수(47·이문동)씨는 교회 봉사단을 통해 한달에 2~3일씩 장애인시설 등지서 활동하며 할인 가맹점에 가입한 경우. 문씨는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카드가 없느냐고 묻거나 아는 봉사자에게는 일부러 요금을 깎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2005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 결과 자원봉사센터에 등록한 자원봉사자가 2005년 1월 3271명, 2006년말 1만3125명, 2008년 4월 현재 2만3719명으로 급증했다. 50시간 이상 실적이 있는 봉사자도 같은 기간 1976명, 3391명, 5351명으로, 할인가맹점은 152개, 215개, 262개로 각각 늘어났다.

포항시 자원봉사센터 김상목(38)씨는 “마일리지증을 발급받아 할인 혜택을 받으려는 봉사자가 늘어나는 등 이 제도가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드나 마일리지증을 제시하지 않는 봉사자가 더 많다고 한다.

일주일에 이틀씩 구미노인복지회관에서 봉사하는 한정자(50)씨는 “할인 조금 받자고 카드 제시하는 게 쑥쓰러워 한번도 할인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좋은 제도여서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주차장의 주차료, 체육시설의 이용료 등에도 할인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미·포항시 등은 조례 개정을 통해 봉사자에게 공공기관의 입장·주차료 등을 할인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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