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절 ‘베를린 공수작전’ 상징 템펠호프 공항 역사 속에 사라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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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독일 베를린 공수(空輸)작전’의 상징인 템펠호프 공항(사진)이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고 AFP통신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실시된 베를린시 주민투표에서 템펠호프 공항 유지에 필요한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템펠호프 공항은 소련이 서베를린을 봉쇄했던 1948년 6월부터 49년 5월까지 서베를린과 서독 등 서방 세계를 ‘하늘길’로 연결해 준 통로였다. 서베를린을 점령하고 있던 미국·영국·프랑스 3개국과 서방 연합군은 봉쇄 기간 중 도심에서 5㎞ 떨어진 템펠호프 공항을 주로 이용해 수십만t의 식량과 연료를 시민들에게 공급했다. 당시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 중 하나였던 소련은 동독 지역과 그 속에 있는 베를린의 동부 지역을 점령하고 있었다.

베를린시 선거 당국은 27일 주민투표에서 60%가 공항 유지를 원했으나 낮은 투표율(36%) 때문에 찬성자 수가 전체 유권자의 21.7%에 불과해 25%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에 미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은 “베를린 유권자의 4분의 3 이상이 공항 폐쇄를 찬성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며 “계획대로 템펠호프 공항을 폐쇄하겠다”고 말했다.

베를린시 정부는 남동쪽 쇠네펠트 지역에 있는 베를린~쇠네펠트 공항을 크게 확장해 대규모 국제공항인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국제공항으로 2011년 새롭게 문을 열 계획이다.

23년 건설된 템펠호프 공항은 10월 폐지될 예정이다. 주로 소규모 항공기의 단거리 노선에 이용되고 있는 템펠호프 공항은 연간 150만 명의 승객을 처리할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지난해 이용객은 35만 명에 그쳐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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