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서변조 攻防 2회전-뉴질랜드大使 소환 새 불씨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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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외교문서 변조사건이 정가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정부가 이동익(李東翊)駐뉴질랜드대사를 소환한 데 이어 국민회의의 권노갑(權魯甲)지도위원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대사 소환은 당사국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외교 행위다.뉴질랜드 정부는 최승진(崔乘震)前외신관 송환에 소극적이다.
때문에 뉴질랜드 정부에 압력을 넣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외교용만이 아니라고 믿는 데 있다. 국민회의는 權의원을 국회 증언대에 세우려는 민자당의 시도를 김대중(金大中)총재를 겨냥한 공세로 받아들이고 있다.亞太재단 후원회에 대한 흠집내기와 맥락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국민회의도 이에 정면으로 대결한다는 입장이어서 외교문서 사건은 국회에서 뜨거운 정치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權의원도 『증인으로 나오라면 못 나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오히려 자신의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 는 것이란 생각이다.權의원은 정부가 당시 지자제 실시 연기 음모를 꾸몄고,崔씨를 회유하고 협박한 「치졸한 행위」들을 낱낱이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13일 『정권의 정략적 목적을 위한 경솔한 결정』이라고 비난하는 논평을 냈다.대사 소환은 정략을 위해 뉴질랜드와의 우호관계도 해치는 국익을 외면한 행동이라는 것이다.특히 뉴질랜드는 한국정부의 조치에 반발,대 사 교체를 요구하는등 양국관계를 냉각시키고 있다고 국민회의측은 지적했다.
남궁진(南宮鎭)의원은 『현지신문들은 내정간섭이라고 강력히 비난하는 기사를 싣고 있다』고 전했다.權의원도 정부가 崔씨를 주거지에서 쫓아내 현지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대사 소환이란 강경조치까지 취해 뉴질랜드 정부는 인권차원에서도 崔씨를 보호할수밖에 없게됐다고 말했다.정부가 무리수를 자꾸 둠으로써 崔씨의증언이 사실이라는 것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崔씨 주장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겉으론 그의 양심선언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자꾸 번복되는 崔씨 발언을 못 미더워하는 것이다.때문에崔씨가 귀국하지 않은 채 덮어두고 넘어가기를 내 심 바라고 있다. 만약 정부가 崔씨문제를 계속 물고늘어지면 원인제공자가 정부라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朴대변인은 『설사 문서 변조의 장본인이 외무부가 아니라 崔씨라 해도 그 책임은 외무부에 있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의도가 깔려 있다.金총재나 權의원은 현직 외교관인 崔씨가 제공한 문서를 발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 문제를 정치쟁점으로 몰고가는 정부.여당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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