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정규프로 확대등 안이한 편성 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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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장마 뒤끝이라 푸성귀 값이 치솟은 올 추석은 차례상 차리기가수월치 않았다.이른 계절 탓에 햇것도 부족해 「더도 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도 설득력이 없었다.
TV의 추석상 차림도 예외는 아니었다.특집이란 중압감에 눌려서인지 각 방송사의 추석특집은 「시간 때우기」식이 된 느낌이다.지난 4일 방송시간 연장 이후 첫 특집이어서 기대가 컸지만 결과는 「소문난 잔치」 수준에 머물렀다는 게 대체 적인 평가다.실제 시청률 조사전문기관인 미디어서비스코리아(MSK)의 조사에서도 영화 이외에 드라마.오락프로그램중 단 한편도 10위권안에 들지못하는 부진을 보였다.물량면에서 각 방송사가 가장 신경쓴 분야는 역시 오락프로그램.
KBS 『남미대륙 한인노래자랑』과 『감동음악회-추석노래자랑』『열린음악회』 『KBS빅쇼』,MBC 『7대 빅이벤트쇼』,SBS『코미디 이색대결』 『좋은 친구들-퀴즈야 놀자』 등이 추석특집으로 내보낸 각 방송사의 대표적인 오락프로였다 .이 가운데 『KBS빅쇼』『열린음악회』 등은 특집이라기 보다는 정규프로를 확대한 것이었다.이주일.하춘화의 「듀엣 쇼」로 꾸며진 『KBS빅쇼』는 관심사항이었던 두사람의 18년만의 상봉무대였다는 점에서의의가 있었다.
두 사람의 사적인 인연(77년 이리역 폭발사건)에 대한 언급이 부족했던 것은 관심있던 시청자들에겐 아쉬운 대목.
연예인들의 「번지점프대회」등을 선보인 『7대 빅이벤트』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고스톱 한판」등은 눈에 거슬리는 소재였다.특히 이 프로의 MC 김용만이 곧바로 후속프로 『세일즈탐험,세계로 세계로』의 진행을 맡아 3시간이상 TV를 장악해(?)식상하게 만든 것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드라마의 경우도 안이한 편성은 마찬가지였다.MBC 『비봉가는길』,KBS 『끈』,SBS 『두 포졸전』 등 특집드라마 3편 가운데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은 『비봉 가는 길』.
『비봉 …』은 타향을 전전하는 장돌뱅이들의 인생유전을 연기자들의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와 코믹한 연기로 포장,추석분위기에 맞는 감동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반면 재산상속을 놓고 자식들간의 반목을 다룬 『끈』은 「돈」과 「인간」의 관계를 언급한 주제의식은 좋았으나 매년 되풀이돼온 소재라는 점에서 신선감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연휴기간 어린이들의 친구가 돼준 만화는 미국.일본의 수입만화 가 대부분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특별방영된 만화 8편 가운데 국산만화는 MBC 『머털도사』와 『머털도사와 백팔요괴』 등 두편뿐이었고 나머지는 외국산이었다.
그나마 국산만화도 이미 2,3년전에 방영된 것이어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鄭在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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