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은 ‘거시지표’가 복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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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주가는 실적을 따라간다는 말이 이번에도 입증됐다.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주요 기업이 좋은 실적을 발표하자 주가도 올랐다. 코스피지수는 1820선까지 회복됐다. 27일 금융정보 제공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거래소 12월 결산법인 중 지금까지 실적을 내놓은 주요 58개 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매출액과 순이익도 각각 17.2%, 12.4% 늘어났다.

일단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1분기 실적 시즌은 마무리됐다. 시장의 관심은 벌써 2분기로 쏠린다. 실적 호전세가 이어져 증시가 계속 상승 흐름을 이어가길 투자자들은 바란다. 그러나 경기 여건이 녹록지 않은 데다 1800선을 치고 올라온 주가 수준도 부담이다.

◇선전한 1분기 실적=전기전자(IT) 업종의 ‘대장주’ 삼성전자는 1분기 2조15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시장 전망치(1조6000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앞서 LG전자도 본사 기준으로 564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예상치(3200억원)를 크게 뛰어넘었다. 무엇보다 “환율 상승 효과로 3000억원의 이익을 봤다”(삼성전자 주우식 부사장), “환율 덕에 영업이익이 600억원 늘었다”(LG전자 정도현 부사장) 등 환율 효과가 큰 힘을 발휘했다. 메리츠증권 이선태 연구원은 “환율 효과에 마케팅 비용 감소도 실적 호전에 한몫했다”며 “특히 업계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반도체 부문에서 1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IT 업종과 더불어 최근 반등세를 주도한 자동차 업종도 선전했다. 현대차는 예상치(5500억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내놨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괜찮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1분기 1000억원도 안 됐던 예비비 성격의 판매보증 충당금이 2260억원으로 늘어나 영업이익이 준 것이다. 동양종금증권 강상민 연구원은 “회계처리 방법 때문에 실적이 예상보다 적게 나왔지만 질적으로는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실적이 좋게 나온 이유를 ▶원-달러 환율 상승 ▶IT·자동차 업종의 경기 회복 ▶기업의 핵심 경쟁력 유지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애널리스트의 보수적 추정 등으로 들었다.

◇미시지표는 앞으로도 좋지만=미시적인 기업 실적지표는 앞으로도 긍정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이 주간 단위로 주요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흐름을 분석한 결과 LG디스플레이·포스코·LG전자·LG는 추정치가 6주 연속 늘어나는 것으로 나왔다. 하나대투증권은 가전부문 호조와 휴대전화 출하량 증가 등에 힘입어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8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에 힘입어 LG전자는 25일 15만원을 기록, 사상 최고가(15만500원)에 바짝 다가섰다. 포스코는 제품 가격 인상분이 이달부터 반영돼 2분기 실적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거시지표가 문제다. 1분기 실질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7%에 그쳤다. 2004년 4분기 이후 최저치다. 한국은행은 올해 신 정부 목표치(6%)는 물론이고 당초 예상치(4.7%) 달성도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또 치솟는 원자재 가격이 부담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 부담, 경기 침체에 따른 글로벌 수요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기업 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주 줄줄이 나올 미국 경기지표도 시장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30일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적이 나오고 2일엔 4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가 발표된다. 30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내릴지 여부도 시장을 흔들 수 있는 요소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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