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DO.北 첫 콸라룸푸르협상-경수로 한국측 의견직접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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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11일부터 또다시 「경수로 샅바싸움」을 벌이게 됐다.씨름판은 지난 6월 北-美 準고위급회담이 열렸던 콸라룸푸르다.차이라면 지난번 협상이 한국형경수로 채택을 둘러싼 명분 싸움이었다면 이번은 실질적인 경수로제공을 보장하는 실리 싸움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KEDO가 북한의 고단수(高段手)에 말려 들어 자칫 실수할 경우 이는 향후 경수로가 완공될 때까지 8년간 한국의 무거운 정치.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KEDO 경수로공급협정 체결을 위한 이번 콸라룸푸르 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회담의 주체가 최초로 북한과 KEDO가 된다는 점이다.지금까지 경수로문제는 평양-워싱턴 채널에서 다뤄져 왔다.때문에 한국은 그동안 미국을 통 해서만 우리의사를 반영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번 회담부터 한국은 KEDO사무차장 자격으로 북한과 직접 대면하게 된다.비록 북한과 1대1로 대좌(對座)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33%의 지분은 행사하는 셈이다.
이번 콸라룸푸르 협상의 핵심 이슈는 대북(對北) 경수로 제공에 따른▲공급범위▲비용상환▲공급 일정 등이다.
특히 이 가운데 공급범위는 북한과 KEDO간에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대목이다.우선 북한은 KEDO에 경수로외에 변전소 3~4개와 항만시설.시뮬레이터(경수로 모의 작동장치)등을 설치해 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한국은 이같은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모두 10가지나 되는 북한의 추가 부대시설 요구를 모두 들어 줄 경우 총 10억달러나 더 소요되기 때문이다.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큰 부담이아니라면 어느 정도 부대시설 요구는 들어줘야 하 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따라서 이번 협상에서는 북한과 韓.美.日이 경수로 공급범위를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일 공산이있다. 비용상환도 마찬가지다.북한은 40억달러에 달하는 경수로비용을 2001년부터 무이자 분할상환하겠다는 입장이다.반면 KEDO측은 좀더 구체적인 경비산출이 나와야 비로소 상환방식과 국가별 분담금이 논의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수로 제공을 둘러싼 북한과 KEDO간의 이같은 입장 차이를고려할 때 이번 콸라룸푸르 회담에서 어떤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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