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의원들 정치참여 큰 시각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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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여성 국회의원을 만나러 가자고 했더니 의외로 발을 빼는 주부통신원들이 많았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데 …." "정치를 잘 모르는데 … "가 이유였다.

막상 인터뷰 날짜와 대상자가 정해지자 의원을 만나기로 한 세 주부통신원들은 전화통과 씨름했다. 주변의 주부를 대상으로 궁금증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임수경씨는 스포츠센터에서 30여명의 주부를 대상으로 즉석 설문조사를 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질문지는 마치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 질의서 같았다. 준비 과정에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면서 질문마다 매서움이 더해졌다.

철통 같은 경비를 뚫고 인터뷰장인 의원회관 106호에 도착했으나 문이 굳게 닫혀 있자 주부들은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다. 임현선씨는 "주부와의 약속이라 너무 가볍게 여긴 게 아닌가"라며 씁쓰레 하기도.

김희선 의원의 불편한 심경 토로와 의원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 그리고 서로 앞다투어 대답하는 모습 등 때문에 주부들은 인터뷰 초반 오랜시간 동안 페이스를 잃기도 했다. 권순자씨는 "냉랭한 분위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황스러워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며 "국회가 갈지자를 그리면 국민들이 고생하는 것과 같은 것 아니냐"며 비판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주부들과 의원들 간의 입장 차이도 두드러졌다. 주부들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정치인 때문이라고 한 반면 의원들은 주부들이 알권리를 행사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섭섭함과 답답함을 표현했다. 또한 '정치인은 희생적이고 헌신적'이란 말에 주부들은 더욱 공감하기 어렵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임수경씨는 "의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유권자가 깨어나야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인터뷰의 의미를 부여했다.

임현선씨는 "직접 만나 보니 의원들의 장점과 관록이 느껴져 '여자가 잘 할 수 있을까'하는 편견을 과감히 깨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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