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녹슬지 않은 황제의 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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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장면 1]
黑. 원성진 6단 白. 조훈현 9단

조훈현 9단은 "실력이 약해져 할 수 없이 TV 해설에 나섰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엄살(?)에도 불구하고 젊은 강자들은 조 9단을 여전히 경계대상 1호로 꼽는다. 조 9단은 지난해 부진했지만 이를 쓸어버리기라도 하듯 연초 11연승을 달렸다. 연말의 5연승을 합하면 무려 16연승. 이번 KT배 왕위전에선 박정근 초단, 최명훈 9단에 이어 최강의 신진세력인 최철한 9단을 꺾으며 황제의 칼이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2005년도 16승 3패로 다승 7위.

▶ 참고도

이에 맞선 원성진 6단도 계속되는 역전패의 아픔과 이로 인한 부진으로 치를 떨어왔다. 2년 전만 해도 최철한.박영훈과 함께 송아지 삼총사로 이름을 날렸으나 홀로 처진 것도 가슴 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완연히 달라졌다. 그는 '바둑 마스터즈'에서 윤준상.송태곤을 연파하며 4강에 올랐고 KT배 왕위전에서도 서봉수 9단을 제압하고 32강에 올랐다. 19승 4패로 현재 다승 4위. 지금 형세는 흑의 원성진이 실리에서 앞서나가고 있지만 백이 A의 큰 곳을 둔다면 아직 먼 바둑이다. 그러나 조 9단은 1의 빈삼각으로 나가 끊는 처절한 강수를 들고나왔다. 조훈현의 유명한 빈삼각이다. 7은 미리 봐둔 예리한 수법. '참고도'흑1의 저항은 백이 B의 절단을 보류한 채 2로 밀고나가는 수가 있어 오른쪽 대마가 위험해진다. 원 6단은 8, 14로 견실하게 달아나고 순간 백15가 날카롭게 떨어졌다. 조 9단이 손바람을 내고 있다. 전형적인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수법이다. 그러나 15는 위험천만한 수법이기도 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KT배 왕위전 토너먼트의 보다 많은 판을 보여드리기 위하여 당분간 매판 2, 3회의 하이라이트만 모아 연재합니다. 갑작스러운 변화,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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