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살롱>洪世杓한미은행장 부인 金英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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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행복한 부부상(像)에 관한 한 일률적인 정의를 내릴 수가 없다. 서로 닮았기 때문에 모든 일이 물 흐르듯 하는 부부도 있고,피차의 성향이 판이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절묘한 조화를 일궈내는 부부도 있다.
한미은행 홍세표(洪世杓.60)행장과 부인 김영자(金英子.58)씨는 확실히 후자에 속하는 부부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시간관념도 철두철미할 뿐더러 성격이 불같은洪행장에 비해 金씨는 고요하고 다소곳하면서도 내면적인 강인함이배어나오는 성미인데도 오케스트라와 같은 멋들어진 하모니를 창출해낸다는 주변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분 성격이 얼마나 급한지 몰라요.결혼하기 전에는 저도 몰랐어요.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어요.그런데 결혼하고 나니까 본색(?)이 나오더군요.저녁모임이 늦어져 새벽에 들어오더라도 초인종이 한번 울리면 달려나가야만 될 정도예요.그 러니 잠을 안자고 기다려야죠.환갑이 지난 요즘도 그대로죠.물론 처음에는 힘들었죠.이제는 그러려니 해요.』 金씨는 바로 그런 점이 洪행장 능력의 원천이라고 여겨 이때껏 바가지 한번 긁어본 적이 없다고.바가지를 긁는 쪽은 오히려 남편이라며 웃는다.옛날 얘기 하듯 담담하게 남편의 험담 아닌 험담을 하는 그가 결혼이후 초지일관(初志一貫)해온 내조관은 「남편을 편안하게」.
집에서 안달복달하면 나가서는 될 일도 안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洪행장의 강한 추진력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일이 없도록 자상하게 배려하는 金씨야말로 남편 성공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조상 대대로 서울에서 살아온 순서울내기인 그는 경기여고 졸업후 곧장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인테리어 디자인스쿨을 졸업하는등7년간 머물다 귀국,58년 洪행장을 만났다.당시 한국은행 국고과에서 같이 근무하게 된게 인연이 됐다.
은행과는 전혀 관련없는 인테리어 전공자였지만 탁월한 영어 실력이 그를 엘리트 직장으로 손꼽히는 한국은행으로 이끌었던 것.
『처음 봤을때 상당히 활달하고 능력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아름답기도 했고요.3년 정도 사귀다 61년에 결혼했어요.사내 커플이죠.결혼 후 저는 직장을 그만 뒀어요.』 여자도 무엇이든 할 일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그는 장녀 (32.미국 예일大 졸업,외무부 사무관으로 있다가 작년 결혼)와 장남(30.현대건설 근무)이 어느 정도 큰 후인 74년에 전공을 살려 「람」이라는 인테리어 사무실을 개업,지난해까지 운영하기도 했다(20세인 막내 아들은 외국어대에 다니다 현재 미국 유학 중).
여자가 일없이 집에만 있게 되면 자연히 남자의 행동에 제한을가하게 되고 잔소리도 늘게 된다는 것.
『남편이 외환은행 뉴욕 지점장으로 있을때 같은 직장의 부인들이 우리 집에 모여 매듭 만들기를 한 적이 있어요.부인들이 외국생활을 따분해 하고 남편만 기다리는 모습이 안타까웠기 때문이죠.매듭 만들기를 하고 부터는 부인들이 되레 남편 이 빨리 집에 오는걸 꺼릴 정도가 되더군요.부부간 금실도 좋아지는 것 같고요.』 金씨는 특별한 취미는 없지만 틈만 나면 책을 읽고 난도 가꾸는 한편 용산 미군 부대안에 있는 메릴랜드大에서 시행하는 3개월 코스의 영문학 강좌도 수강하는 등 나름의 건강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남편 건강을 위해 감춰둔 비결이 있을 성싶어 물어보자 『마음편하게 해주는 것 보다 더 좋은 보약이 어디 있나요』라는 말로대답을 대신한다.
〈金明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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