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서 소설 "마지막 영웅 빅토르 최"2권 추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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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소설가 유익서씨가 러시아 청년문화의 전설로 각인된 한국계 3세 록가수 빅토르 최의 스물여덟 생애를 현장 추적한 『마지막 영웅 빅토르 최』(전2권.예음)를 펴냈다.
빅토르 최는 80년대 변혁을 갈구하는 저항의 노래로 舊소련 젊은이들 사이에 거의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은 인물로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현재 러시아의 청소년들은 지난 90년 교통사고로 숨진 그를 마치 미국인 들이 가수 짐 모리슨과 영화배우 제임스 딘을 그리워하는 것 이상으로 추모하고 있다.상트 페테르부르크 그의 묘지에는 항상 그를 찾는 소녀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으며 생전에 그가 좋아했던 장미꽃과 담배연기가 바쳐진다.
알마아타와 타슈켄트의 한 거리는「빅토르 최 거리」로 명명됐다.우리의 대학로 격인 모스크바 아르바트거리의「빅토르 최의 벽」주위에는 언제나 젊은이들이 모여 그가 남기고 간 노래를 부르고있다. 92년에는 러시아의 중견감독 알렉세이 우치철리가 그의 전기영화 『마지막 영웅』을 제작하기도 했다.그는 93년 모스크바 콘체르트 차르 앞 스타광장 명예가수의 전당에「영원한 소비에트 인민의 영웅」인 보소츠키 다음 차례로 헌액됐다.
소설 『마지막 영웅 빅토르 최』는 한 한인3세의 짧은 생애에도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기에 이처럼 러시아인 가슴에 날이 지날수록 그의 존재가 되살아날까 하는 물음에서 출발하고 있다.
작가 유씨는『그가 러시아의 억눌린 체제가 변화의 격류를 타고있던 그때 인간,특히 젊은이의 구원의 가치인 자유를 가장 우울하면서도 가장 강렬하게 절규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유씨는『러시아인들도 억눌려 있었지만 그들조차 상상키 어려운 소외감을 지니고 성장했을 동양계 청년이 그의 노래 「변화」의 가사인「붉게 타는 태양 아래서 우리의 가슴은,눈은,눈물은 변화를 요구한다」고 외쳐 부를때 아마 러시아 민중의 가슴에는 전율과 같은 감동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사할린 태생의 빅토르 최는 사춘기때 로큰롤을 연주했다는 이유로 세로브미술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보일러 화부등 잡역부로 10대를 보내며 노래의 열정을 태웠다.82년 록그룹「키노」를 결성,앨범『45』를 발표하며 단숨에 명성을 얻기 시작해 생전에 내놓은 앨범 9장이 모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89년 그가 출연한 영화『이글라』는 구소련 전역에서 1천5백만명이라는 경이적인 관객을 동원했고 숨진 해인 90년 모스크바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에는 10만여명의 팬들이 운집했다.체제비판과 변혁의지에 가득찬 그가 이토록 엄 청난 인기를 모으자 그의 죽음이 구소련 보수파의 음모에 의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李憲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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