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르는 민족詩聖 아니다" 인도서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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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요즘 인도에서는 한 언론인이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861~1941)가 인도민족을 대변하는 시성(詩聖)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언론과 정치계가 들끓고 있다.19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 시인으로서 한국을「조용한 아침 의 나라」라고 불러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타고르는 인도에서는 마하트마 간디 다음으로 민족정서의 원천을 형성한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다.특히 고향인 서부 벵골이나 방글라데시에서는 문화적시조로까지 평가받는 인물.
이처럼 인도인들로부터 숭배받고 있는 타고르에 대해 언론인이자저명한 칼럼니스트인 쿠슈반트 싱이 최근 한 문학 워크숍에서 『소설.단편.희곡을 포함한 그의 작품은 너무 평범하기 때문에 그같은 존경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주 장을 하고 나서 인도 문화계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싱에 따르면 그의 작품들 중 시만이 일정한 수준을 갖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 싱의 이러한 주장은 인도인들의 노도와 같은 분노를 불러일으켰다.그의 발표내용이 신문에 보도되자 흥분한 인도인들은 캘커타공항에 도착하는 싱을 포위했고,이 군중들로부터 싱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캘커타지방의회 가 한 목소리로 싱을 비난하기 시작하면서 정치권도 이에 가세하기 시작했다.델리의 상원 「라자 사바」는 「무책임한 행위」란 말로,우파정당인 사회정의당의 대변인은 「문화 테러리즘」이란 표현까지 쓰며 싱을 비난했다.
80세의 싱에게 욕설을 퍼붓는 내용에서부터 「공개적인 태형」을 가해야 한다는 국회의원의 주장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독자편지들이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인도의 유명한 시크교도로 종교사연구가이자 좌충우돌하는 언론인으로 알려진 싱은 수년동안 외교관으로 근무한 바 있으며 인도에서 영향력있고 발행부수가 많은 주간지 인디아 일러스트레이트 위클리의 편집자로도 일했다.인도 상원 「라자 사바」 의 일원으로정치에도 참여했던 그는 지금도 여러 영자신문에 게재하고 있는 칼럼을 통해 관습이나 상식에 벗어난 주장을 펴거나 인도에 널리유포된 쾌락주의의 대변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정치.언론계의 공격에 대해 직접적인 대응은 피하고 있다.대신 최근의 칼럼에서 그는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나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서구인들에 의해 생겨난 인도 사회에 대한 나쁜 인상이다.유럽인들은 샐먼 루시디에게 교 수형을 선고한 방글라데시나 이란인과 같이 인도인들도 성숙되지 못한 참을성없는 민족이라 믿게 될 것』이라고 말해 벵골인들의 또다른 금기에 대해 공격하고 있다.
金蒼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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