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프랑스,세계여론 안들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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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프랑스가 9월에서 내년 5월까지를 남태평양에서 핵실험실시 시기로 잡은 그 9월에 접어 들었다.
지난 석달 가까이 세계적인 반대여론이 빗발치듯 했고,핵실험재개의 명분과 논리의 허구성을 추궁했지만 프랑스정부의 태도는 완강하다. 프랑스정부가 핵실험을 강행하겠다며 내놓은 명분은 아무리 보아도 구차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설득력이 없는 것들이다.
핵무기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처음 내놓았던 명분은 이미 빛이 바랜지 오래다.
굳이 실제 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프랑스의 핵기술수준으로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통한 안전성 확보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미국정부가 영구적인 핵실험 중단계획을마련하고 있는데 이어 영국도 그런 방침을 굳히고 있는 것이 모두 시뮬레이션이란 방법의 효율성을 입증해주고 있다.
프랑스정부는 핵억지력(抑止力)과 국제정치와의 관련에서 핵무기가 국가장래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프랑스국민에게 설명하고 있으나핵 억지력이란 개념자체가 냉전의 종식과 함께 낡은 말이 돼가고있다.억지해야 할 상대가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냉전종식과 함께 온 세계가 핵무기의 비중과 규모가 축소돼가기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의 핵실험은 反시대적인행동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핵실험강행은 프랑스의 힘과 권위를 과시하기 위한 핵패권주의의 추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그러나 핵실험이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만저만한오산이 아니다.
이미 프랑스국민 65%이상의 반대와 아울러 세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각국 정부와 일반 시민들의 격렬한 반대,프랑스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등은 프랑스의 국가위신을 높이기는 고사하고오히려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있다.
프랑스의 행동이 가져올 당장의 환경문제,핵무기보유를 노리는 나라들에 미칠 악영향등을 고려해 핵실험계획은 취소돼야 한다.이러한 핵실험 반대논리는 핵실험을 계획하고 있는 중국등 다른 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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