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전주재판부 기능축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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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고등법원 전주재판부의 기능축소 문제가 전북지역의 핫 이슈로 떠 오르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광주고법 전주재판부의 명칭을 원외재판부로 변경하는 한편 일부 업무를 순회 재판부를 통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북도민들은 법률 서비스 위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항소심도 순회재판”=광주고법 전주재판부는 행정사건 18건중 6건을 광주고법 행정부에 재배당했다고 23일 밝혔다. 광주고법의 해당 재판부는 이르면 다음달 중 전주를 방문해 순회재판 형식으로 사건을 처리할 예정이다.그동안 법원의 1심 재판이 순회 재판으로 열린 적은 있지만, 항소심이 지역순회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첫 사례다.

고법 전주재판부는 2006년 3월 개원했다. 항소심 재판을 위해 광주까지 가려면 돈·시간 비용이 많이 들어 전북도민들의 불편이 크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전북지역서 올라오는 항소심이 광주고법 전체 사건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전주재판부 개설 이후에도 법관(부장판사 1명, 배석 판사 2명)에 비해 사건이 많아 6개월 이상 처리가 지연되는 등 문제점이 발생하자 재판부 증설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대법원은 전주재판부의 재판부 증설 대신 법관 수를 기존의 3명에서 4명으로 늘리고 재판부의 명칭을 원외재판부로 변경했다. 또 전문성이 요구되는 행정사건을 광주고법에 재배당,순회재판부를 통해 처리 하도록 했다.

◇“사법 서비스 위축”=대법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전북도민들은 “전주 재판부의 위상을 흔들기”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전주 재판부를 증설해야 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재배당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재판 청구권 침해라는 것이다.

김모 변호사는 “지난 10년간 도민의 줄기찬 노력으로 겨우 고법 전주재판부를 유치했는데 행정사건이 광주고법으로 배당되고, 나중에 형사 사건까지 광주로 넘어가게 되면 전주재판부 자체가 없어질 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전북도의회도 최근 낸 성명서에서 “광주고법 전주재판부가 1개에 불과해 항소심 받는데 6개월 이상 걸려는 등 불편이 많아 재판부를 증설해야하는데도, 대법원이 효율성·전문성이라는 명분아래 거꾸로 기능을 축소시켰다”며 광주고법 전주부로의 명칭 변경,재판부 증설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법적 근거가 모호한 ‘고법 재판부’라는 이름대신 명칭·실체를 명확히 하기위해 ‘고법 원외재판부’로 이름을 바꿨으며,신속한 재판을 위해 순회재판을 도입했다”며 “전북도민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재판부가 하나 늘어난 셈이 돼 지금보다 양질의 사법 서비스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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