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일본금융>上.은행.최대신용조합등 파산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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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본 금융시장의 불안한 모습이 심상치 않다.신용금고와 신용조합의 연쇄도산에 이어 굴지의 지방은행마저 부실채권의 무게를 이기지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일본금융시스템의 붕괴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단순한 금융사고로 치부하기에는 충격이 너무 크다.
일본 금융불안의 근본원인과 일본식 부실금융기관 처리방식의 문제점을 3회에 걸쳐 현지취재로 파헤친다.
[편집자註] 1995년 8월31일은 일본금융사상 가장 어두운날로 기록될 것이다.굴지의 신용조합 2개와 튼튼하다고 여겨왔던지방은행 1개가 거의 동시에 파산선고된 것이다.
세계에서 저축률 높기로 이름난 일본사람들은 저마다 은행에 맡긴 자기돈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신경을 곤두세운다.높은 금리에솔깃해 신용조합과 거래해온 사람이나 가까운 지방은행에 돈을 맡긴 고객들은 아예 새벽부터 창구에 장사진을 치고 있다.정부와 중앙은행이 예금은 보장한다고 달래고 있으나 소요가 전혀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니다.
이틈에 신용조합과 지방은행에 들어있던 뭉칫돈이 도시은행으로 몰려들어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금융기관들의 목을 조른다.일본정부와 재계는 올것이 왔다는 표정들이다.전후 최악의 금융불황으로 번질지 모르는 은행도산의 기미는 오래전부터 포착돼 왔었기 때문이다.다만 그 규모가 워낙 커 해결책을 찾지 못한채 머뭇거리다타이밍을 놓쳤을 뿐이다.
이제 80년대의 거품경제가 꺼진 자리에 금융불안의 우려가 한발짝 한발짝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금융가에선 도쿄와 오사카중 어디서 또 어떤 은행들이 넘어지느냐가 관심이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일본금융기관의 신뢰성에 대한 신화(神話)가 무참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일본국민총생산의 10%에해당하는 약40조엔에 이르는 금융기관의 불량채권.이것이 바로 금융기관을 줄줄이 쓰러뜨리고 있는 일본경제의 癌 세포다.공식적으로는 40조엔이지만 실제는 1백조엔이 넘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은 우선 증세가 심각한 신용금고.지방은행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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