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葡萄-다손.다복.결실의 상징.西域에서 전래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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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葡는 (풀초)와 匍(엉금엉금 길 포)의 결합으로 「기는 풀」이라는 뜻이며,萄는 옹기장이가 옹기(缶.장군 부)를 만들 때 감싸듯이(.쌀 포,「陶冶」참고)「감싸는 풀」임을 알겠다.
곧 葡萄는 땅을 기듯 덩굴을 뻗으며 덩굴손이 자꾸만 다른 물체를 감으면서 자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의하면 葡萄는 기원전 120년께 한무제(漢武帝)때 서역(西域.지금의 중앙아시아 일대)을 개척했던 장건(張騫)일행이 그곳에서 가져와 심었다고 한다.산머루를 개량한 것으로 한자로는 영욱(.산머루)이라고 도 한다.
당(唐)은 최전성기를 이루었던 시기로 국력이 사방으로 뻗쳤다.이때 다량의 문물이 서역에서 전래되는데 그 중에는 葡萄무늬도있었다.현종(玄宗)이 양귀비(楊貴妃)를 위해 비단에 葡萄무늬를수 놓을 서역인을 징용해 왔음은 유명한 일화다 .
그래서인지 당과 가까웠던 신라도 와당(瓦當)이나 전(塼)에서葡萄무늬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은 알알이 여무는 葡萄가 다손(多孫),다복(多福)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그 葡萄가 한창이다.탐스럽게 여문 포도를 먹으면서 문득생각나는 시가 있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이 가을에 葡萄가 낭만을 더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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