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수영화산책>아폴로1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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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과학이 숨쉬는 스크린은 아름답다.그것도 공상이나 가공이 아니고 사실에 기초를 둔 것일 때 더욱 아름답다.
그러나 이런 소재는 영화의 기본요건인 재미가 떨어질 가능성이많아 손님을 끄는데 어려움이 있다.그래서 제작자들은 적당히 모험을 곁들이는 편법을 쓰는데 흥행의 성패는 전적으로 그 모험성의 실감도에 달려있다.『아폴로13』은 25년전의 실화를 소재로삼아 사실접근에 충실하면서도 과학영화가 갖는 재미없음의 함정을교묘히 피해간다.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속에 우주의 신비에 대한 인간의 도전정신을 밀도있게 전해주고 있다.
화면구성 역시 우주과학과 첨단기술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익한 교육적 효과도 갖는다.
더구나 전편에 걸쳐 우주인들의 투철한 책임감과 끈끈한 인간애가 넘쳐 가족동반 관람용으론 안성맞춤이다.그러나 성조기 깃발과USA마크가 너무 자주 나타나 「위대한 미국」을 선전하려는 의도가 지나친 것 같아 눈에 거슬린다.
비록 실패로 끝난 우주탐사 계획이지만 결코 실패로 치부할수 없다는 대국의 오만과 거만이 은연중 풍겨 마치 美우주항공국(NASA)에서 만든 영화같기도 하다.한편으론 민간영화업자의 투철한 애국심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그런 점 을 의식하지않고 순진한 눈으로만 본다면 아주 재미있고 유익한 영화다.
우선 우주선 발사장면이 장관이다.거대한 로켓이 서서히 이륙할때 일어나는 지상폭풍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TV에서 수없이 본 내용이지만 달 착륙선의 복잡한 내부구조나 무중력상태에서 일어나는 각종 과학영상은 우주과학박물관에 들어간 느낌을 준다.또한 불의의 고장을 맞은 세 우주인이 조난당한 우주선안에서 벌이는 나흘간의 사투는 절대절명의 순간이 어떤 것인가를 실감하게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톰 행크스가 열연하는 우주선 선장이지만 보기에 따라선 지상관제탑 지휘자의 인간상이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선택의 기로에서 보이는 단호한 태도,중대위기를 당하고도 흔들리지 않는 냉철함,부하를 희생시키지 않으려는 필 사의 노력,세 우주인의 생환이 확인된 순간 체신없이 환호하기보다 잠깐 보인 감격의 눈물등….참된 지도자상이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편집담당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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