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시즌의 반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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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호 28면

국내외 기업의 1분기 어닝(실적 발표) 시즌 전반부가 막을 내렸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 동향에 쏠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진앙이 바로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어닝 시즌은 차가운 분위기로 시작됐다. 막이 오르자마자 등장한 제너럴일렉트릭(GE)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막이 끝난 지난 주말 투자자들의 얼굴엔 미소가 감돌았다. 다른 기업들의 실적이 각오했던 것보다 좋게 나왔기 때문이다. 주말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228포인트(1.8%) 뛰었다. 1주일 만의 분위기 반전이다.

씨티그룹이 18일 내놓은 실적치는 사실 초라했다. 1분기 중 손실이 51억 달러에 달했고 매출도 48% 감소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시장은 환호했다. 예상보다 나은 수치였기 때문이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주당 순손실을 1.6달러 정도로 전망했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1달러에 머물렀던 것이다. “이젠 최악의 고비를 넘긴 것 같다”는 안도감이 급속히 퍼졌다.

하루 전에 나왔던 구글의 실적은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1분기 순이익이 13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나 증가했다. 일부 제조업체의 실적도 투자자들을 만족시켰다. 중장비 제조업체인 캐터필러는 순익이 9억2200만 달러로 13% 늘었고 매출도 18% 증가했다. 항공기 관련 장비 제조업체인 하니웰의 1분기 순이익은 6억4300만 달러로 22% 증가했다. 모두 월가의 전망치를 뛰어넘었다. 캐터필러와 하니웰은 전형적인 B2B 기업이다.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들을 상대로 영업한다.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미 상장기업 중 월가의 예상치보다 좋은 결과를 내놓은 곳은 약 60%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어닝 시즌 때는 거꾸로 60%가 월가 예상치보다 나쁜 실적을 발표했다.

미국의 1분기 어닝 시즌을 중간 결산하면 ①금융회사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고 ②B2B 및 수출 업체들의 실적은 예상보다 좋지만 ③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B2C 업체들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예상대로 부진하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대체로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거나 예상보다 좋은 흐름이다. 지난주 나온 LG전자와 LG화학의 실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번 주는 실적 발표의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뱅크오브아메리카(21일), 야후(22일), 애플(23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24일), 모토로라(24일), 마이크로스프트(24일) 등이 대기 중이고, 삼성전자도 25일 실적을 공개한다.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은 누가 뭐래도 해당 기업의 실적이다. 경기가 가라앉으면 기업 실적도 나빠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경기 흐름과 상관없이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는 기업은 얼마든지 있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나는 경제 전망에 따라 투자하지 않는다. 오로지 기업들이 내놓은 실적 보고서만 읽고 판단한다”고 했다.

1분기 어닝 시즌은 지금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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