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점서 축소.은폐 가능성-韓銀 지폐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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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釜山=姜眞權기자]한은 부산지점 지폐절취사건은 지난해 4월26일 사건이 적발된 뒤 부산지점이 본점에 미폐기지폐가 다량으로발견됐다고 보고했던 사실이 밝혀져 본점에 의한 은폐.축소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본점 결재선의 고위간부들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오후3시쯤 부산중부경찰서에 강화중(姜和中.47.금융연구원 파견)前부산지점부지점장과 함께 출두한 박덕문(朴悳文.52.현 본점계리부장)前지점장은 기자들에게『사건당일인 26일 전화로 본점에 사고사실을 직접 보고했고 다음날인 27 일 姜부지점장이 비행기편으로 상경,본점 인사부장과 비서실장,발권담당 이사에게 사고내용을 보고했으며 김명호(金明浩)총재에게도 직접 서류를 들고가 보고했다』고 밝혔다.
〈관계기사 27面〉 朴씨는『당일 편봉규(片奉奎)정사과장을 통해 사고사실을 보고 받았으며 金씨가 7천2백65만원을 훔치려 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나 5만원만 金씨 호주머니에 있었고 나머지는 기계안에 있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절취로 볼 수 없어 사고금액 으로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朴씨는 또『그러나 금액만 밝히지 않았을 뿐 기계내에 손상권이다량 남아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보고서에 적어 넣었다』며 축소보고설을 부인했다.
범인 金씨의 증권거래 내용이 적힌 장부에 대해서는『본 적도 없다』며『단지 어느 직원이 봉투를 들고 와 金씨의 사물(私物)이라고 해 姜부지점장에게 확인시킨 결과 증권입금표가 나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사고 당일 대책회의에 대해서는『보고서에 지점장과 부지점장,정사과장 등 3명의 날인이 필요했기 때문에 모였을 뿐』이라며그 자리에서 축소.은폐를 논의하거나 결정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片과장은 22일 경찰조사에서『金씨의 지폐 절취 적발사실을 본점에 보고하기전 지점장실에서 지점장.부지점장과 함께 보고내용을 협의하면서 세단기에 절단되지 않은채로 발견된 7천2백65만원은 규모가 너무 크고 어차피 회수된 돈이니 문제삼지 않기로했다』고 진술했다.
片과장은 또 이날 결정은 자신이 먼저 제의,朴지점장과 姜부지점장이 동의해 이뤄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부산시내 6개 증권회사와 남부산세무서와.울산세무서등 金씨와 金씨가족 거주 관할 세무서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재산변동사항과 증권거래 내용을 확인한 결과 87년 이후 이들증권계좌에 입금된 돈이 모두 11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은 金씨의 범행이 발각됐을 당시의 정사과 계장과 정사기조작 담당 여직원 5명이 지난 2월 명예퇴직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의 정확한 퇴직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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